[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워크아웃의 근간이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의 일몰이 이제 딱 4일 남았다. 지난달 말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기촉법 일몰 시한을 2년6개월 연장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이달 임시국회에서 선거구 획정과 노동개혁 법안 등의 이견을 보이면서 기촉법 개정안도 아직 통과되지 못한 상태다.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 기촉법은 자동 폐기되고, 워크아웃 건설사들의 구조조정 작업은 사실상 멈춰 서게 된다. 내년 초 다시 임시국회를 소집한다고 해도 총선 국면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제대로 운영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기업 구조조정 방안으로는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만 남게 되고 워크아웃 방식을 활용한 구조조정은 어렵게 된다.
기존 워크아웃 건설사들의 경우 자율협약이나 법정관리로 갈아타야 하는데 부채비율이 높고 신용등급이 낮은 건설사들의 경우 법정관리로 직행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건설산업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대상 산업에 포함돼 있어 금융당국의 구조조정에 대한 잣대가 더 엄격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파산 또는 매각된 사례가 많은 만큼 업계에서는 기촉법의 연장 여부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중단될 경우 적기에 자금지원이 어려워져 회생에 차질을 빚게 된다"며 "그동안 인력을 감축하고 조직 및 사업을 재편하는 등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워크아웃에서 법정관리로 넘어갈 경우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며 "법정관리의 경우 구조조정 속도도 느리고 최근 사례를 보면 회생 가능성도 낮아 최악의 경우 도산하는 건설사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업뿐만 아니라 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도 워크아웃 연장 여부는 중요한 문제다.
앞서 휴일인 지난 2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주요 간부들을 소집해 긴급 입법전략회의를 열고 간부들에게 이달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어 21일에는 금융투자업계가 기촉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난 21일 개각에 따라 국회의 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탈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조속한 법안 처리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데다 유일호 신임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한 부분 개각이 완료됨에 따라 주요 법안의 연내 처리에 힘이 실릴 것이란 설명이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일몰을 일주일 앞두고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무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법안소위 등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