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손흥민(23·토트넘)이 잇따라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자칫 주전 경쟁에서 밀려 교체 선수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월 초까지 경기 일정이 빡빡한 박싱데이가 손흥민의 주전 경쟁을 가늠할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손흥민은 27일 새벽(한국시간) 잉글랜드 런던의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2015-201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8라운드 노리치시티와 경기에서 후반 34분에 교체 투입돼 10분간 뛰었다. 토트넘은 3-0으로 완벽한 승리를 따냈으나 손흥민은 이렇다 할 슈팅조차 하지 못한 채 경기를 마쳤다.
이로써 손흥민은 지난 6일 웨스트브로미치전 이후 리그 4경기 연속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그간 손흥민이 교체로 출전한 시간을 따져보면 4경기에서 평균 '18분 출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아시아 최고 이적료(약 408억원)를 기록한 손흥민이 주춤하고 있다보니 여러가지 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선수가 조금만 부진해도 냉정하게 정리해버리는 EPL 특성을 봤을 때 자칫 주전 경쟁에서 일찍 밀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손흥민이 지난 9월20일 크리스탈팰리스전에서 질풍 같은 돌파에 이은 슈팅으로 리그 데뷔골을 뽑아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손흥민의 팀내 입지가 흔들리는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부상이 꼽히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9월26일 맨체스터시티전을 76분간 뛴 뒤 교체됐는데 경기 뒤 토트넘은 손흥민이 족저근막염 부상이라는 사실을 전했다. 결국 손흥민 축구대표팀 소집 명단에도 제외된 채 5주 이상을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부상 복귀 이후 손흥민은 유로파리그에서 도움을 올리며 공격 포인트를 착실히 쌓았다. 하지만 팀과 본인 모두 가장 필요로 하는 골은 터지지 않고 있다.
현재 토트넘에서 득점은 이기고 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부터 줄곧 주전 공격수 해리 케인의 득점력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케인은 지난 시즌 리그 34경기에서 21골을 넣으며 아게로(맨시티)에 이어 리그 득점 2위에 올랐으나 다른 선수의 득점이 부진했다.
이 때문에 손흥민이 토트넘으로 이적할 때만 해도 케인에게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 밀집수비를 득점력으로 분산시키는 게 첫 번째 임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실제 올 시즌 초반 케인이 상대 수비수의 집중 마크에 시달리며 지난 시즌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때 손흥민의 득점력이 현지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시즌이 반환점을 돌면서 케인은 17경기에서 9골을 터뜨렸지만 손흥민은 리그 1골에 그친 상태다.
손흥민 부진과 관련한 또 다른 이유로는 현재 토트넘의 공격진이 매우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팀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일이지만 손흥민 입장에서 보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게 됐다. 손흥민이 부상으로 주춤하는 동안 공교롭게도 팀의 공격진들은 더욱 단단해졌다. 최전방에 있는 케인을 중심으로 그 뒤를 받치는 크리스티안 에릭센, 에릭 라멜라, 델리 알리 같은 선수들의 호흡이 시즌 초보다 훨씬 빛나고 있다.
장지현 해설위원은 이와 관련해 "분명 손흥민은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이 원해서 영입한 선수"라며 "공격진의 구성이 좋지만 손흥민에게도 기회가 한번은 올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결국 경기 일정이 빡빡한 박싱데이가 최고의 기회가 될 공산이 크다. 토트넘은 노리치시티전 이후 이틀 만에 열리는 오는 29일 왓포드전을 앞두고 있다. 이어 해가 바뀐 내년 1월4일에는 에버턴을 만난다. 포체티노 감독도 경기 일정상 주전 선수들만을 기용할 수는 없다. 손흥민에겐 10분 남짓 뛰는 교체 출전이 아니라 제대로 된 기회가 왔을 때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토트넘의 손흥민.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