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렌드)빠르게 변하는 유럽 친환경차시장, 업체들의 강화된 대응

입력 : 2015-12-28 오후 12:31:08
새로운 환경 규제인 유로6의 도입과 폭스바겐의 디젤 파문으로 유럽 친환경차시장의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의 대응도 한층 강화되며 향후 경쟁구도도 급변할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폭스바겐 사태 이후 유럽 친환경차시장 변화와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자동차 시장은 2013년 이후 디젤차 억제 정책을 도입하면서 디젤차 비중은 하락하고, 전기차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차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유로5 대비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을 50% 이상 강화한 새로운 환경규제 유로6가 도입되고,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친환경차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그동안 관행적으로 묵인해 오던 자동차 배기가스 관련 과대인증 등 구조적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각종 규제가 한층 강화되고 친환경차 지원정책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료/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친환경차시장의 성장 동인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산화탄소 규제 강화다. 폭스바겐 사태로 신규 측정방식인 ‘WLTP’가 예상보다 조기에 시행되면서 이산화탄소 절감목표가 실질적으로 20% 이상 강화될 전망이다. WLTP는 급격한 가속과 다이내믹한 주행구간 등 현실적인 운전 환경을 반영한 이산화탄소 및 배출가스의 신규 측정방식이다. WLTP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면 기존 기준 대비 배출량이 평균 25%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체들은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충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친환경차 판매를 조기에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디젤차 규제도 강화될 전망이다. 폭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EU 위원회는 현행 차량 인증 프로세스의 제도적 결함을 인정하고 실도로 배출가스 테스트인 RDE를 2017년 9월부터 신차에 적용하기로 지난달 최종 결정했다. 또 각국 정부차원에서도 적극적인 배기가스 규제 감사를 실시하는 등 디젤차 판매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유럽 각국별 이산화탄소 연동 세제 도입 확대 및 강화로 PHEV와 전기차 판매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돼 있는 점도 친환경차시장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미 이탈리아와 동유럽 7개국을 제외한 전 유럽 국가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연동 세제를 시행하고 있고, 상당수 국가에서 친환경차에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자료/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유럽자동차공업협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런 환경적 요인으로 유럽의 친환경차시장 성장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영롱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주임연구원은 “디젤차는 배기가스 측정방식 및 인증제도가 재편된 상황에서 유로6 규제까지 충족해야 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가격 인상과 소비자 선호 하락 등으로 디젤차 판매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산화탄소 규제에 대응하려면 업체들로선 PHEV나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의 대응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동안 업체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충족을 위해 연비가 우수한 디젤엔진 개선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폭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상황이 급변하면서 친환경차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우선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및 세금 인상으로 디젤차 보유비용이 늘어나면서 고연비 디젤차의 대체재로 하이브리드차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연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 대비 가격이 낮은 디젤차를 선호했다. 하지만 향후 디젤차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확실한 상황이어서 하이브리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변화에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는 업체는 하이브리드차 명성이 높은 일본의 토요타다. 토요타는 최근 친환경차 판매 확대를 통해 205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90% 가량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앞으로 선보일 하이브리드 신차도 연비와 성능, 상품성을 향상시키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밖에 가솔린 엔진의 연비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개선을 위해 엔진 다운사이징과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적용 확대 등을 시행하고 있다.
 
자료/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유럽자동차공업협회
 
독일업체들은 내년부터 SUV의 PHEV 모델 투입을 본격화해 기존 중대형 승용차 중심으로 구성된 PHEV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신형 티구안, 아우디는 Q5에 PHEV를 도입할 계획이고, 그동안 전용차를 통해 친환경차시장에 대응했던 BMW도 올해부터 X5의 PHEV 모델 출시를 시작으로 승용차와 SUV 볼륨 모델의 파생차를 투입할 방침이다.
 
그동안 PHEV 대응에 미온적이었던 프랑스 업체들도 2018년부터는 승용차뿐 아니라 SUV에도 PHEV 신차를 투입할 계획이다. 르노-닛산은 2018년부터 카자르와 캐시카이 등 복수의 SUV 모델 기반 PHEV를 출시하고, 푸조-시트로엥도 2018년 C세그먼트급 승용차 및 2008의 PHEV 출시가 유력하다.
 
전기차도 기존 볼륨모델 기반 파생차 출시와 함께 상품성도 제고되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은 2013년부터 ‘업’과 ‘골프’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출시해 뒤늦은 시장 진출에도 푸조-시트로엥 등을 제치고 유럽 전기차 시장 2위를 차지했다. 폭스바겐은 이번 디젤차 파문으로 향후 전기차 부품 표준화 및 신규 전기차 통합플랫폼(MEB) 개발을 위한 투자 확대 등 손상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한다는 방침이다.
 
2017년부터는 현재보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대폭 연장된 신차 출시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문 주임연구원은 “그동안 높은 가격과 짧은 주행거리가 전기차의 주요 비구매 요인으로 지적됐는데 전기차 주행거리가 연장되면 소비자 저변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폭스바겐 사태로 이산화탄소 및 디젤차 규제가 한층 강화되고 각국의 친환경차 지원책도 확대되면서 유럽 친환경차시장의 향후 경쟁구도도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 주임연구원은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친환경 브랜드로서의 폭스바겐의 입지가 흔들려 유럽시장의 경쟁구도가 급변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업체들은 유럽시장에서의 경쟁구도 변화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유럽 친환경차 전략을 재정비하고 친환경차 출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BMW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인 225Xe(왼쪽)와 330e. 사진/ BMW 코리아
 
강진웅 기자 multimovie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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