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8일 "일본의 잘못된 역사적 과오에 대해서는 한일관계 개선과 대승적 견지에서 이번 (위안부) 합의에 대해 피해자 분들과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이해를 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일 위안부 문제 타결과 관련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해 "이제 더 이상은 우리 국민들이 피해받지 않는 나라를 만들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이날 합의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들이 강력 반발했고 여론의 반응도 차가워 ‘대승적으로 이해해 달라’는 박 대통령의 요청이 얼마나 받아들여질 지는 미지수다. 그간 박 대통령은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고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거듭 강조해 왔다.
이날 대국민 메시지에서 박 대통령은 "피해자분들이 대부분 고령이시고 금년에만 아홉 분이 타계하시어 이제 마흔 여섯 분만 생존해 계시는 시간적 시급성과 현실적 여건 하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이루어 낸 결과로, 이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정신적인 고통이 감해지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피해자 분들의 고통을 우리 후손들이 마음에 새겨 역사에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중요한 것은 합의의 충실하고 신속한 이행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경감되도록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부터 전화를 받고 "양국 정부가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합의에 이른 만큼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가며 새로운 관계를 열어갈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한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착실히 실시해 나가겠다"며 "금번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통화에 앞서 박 대통령은 청와대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에게 “이번 합의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이 회복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일본측의 조치가 신속히, 합의한 바에 따라서 성실하게 이행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28일 이날 한·일 외무장관 합의가 발표된 후 내놓은 입장문에서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군 위안부 범죄가 일본 정부와 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범죄라는 점은 이번 합의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며 "피해자들과 국민의 바람을 철저히 배신한 외교적 담합"이라고 비판했다.
정대협은 "일본 정부가 범죄의 주체라는 사실과 군 위안부 범죄의 불법성을 명확히 하지 않았고, 아베 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내각 총리로서 직접 사과해야 함에도 (외무상의) 대독 사과에 그쳤고, 사과 대상도 너무나 모호해서 진정성이 담긴 사죄라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단체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다며 사실상 이전 검토 입장을 밝힌 합의 등을 거론하며 “되를 받기 위해 말로 줘버린 한국 정부의 외교 행태는 가히 굴욕적”이라고 평가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오후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마치고 청와대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