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장들은 올해 금융개혁을 위해 종횡무진 뛰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개혁 전도사'로서 금융개혁회의가 내놓은 세부 실천과제 70개 중 60개를 추진해왔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호수 위 백조'와 같이 물밑에서 소비자 보호 방안을 내놓는 등 개혁의 균형을 맞췄다. 다만, 금융개혁안의 각종 과제가 입법에 이르지 못해 미완의 개혁이란 지적을 남기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야심 차게 금융개혁을 추진했으나, 외부 지적에 흔들리는 일이 많았다. 그는 지난 28일 열린 금융위 출입기자단 송년 세미나에서 "우간다 얘기가 제일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지난 10월 '우간다'라는 건배사를 하면서 비롯했다. 우리나라 금융 경쟁력이 우간다(81위)보다 낮은 87위라는 평가를 지적한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개혁에 찬물을 끼얹은 건배사는 결과적으로 개혁 추진에 박차를 가하게 했다. 임 위원장은 "처음 구상한 개혁 방향에 따라 일관되게 가려는 의지를 다졌다"고 했다.
금융개혁회의는 뚝심 있게 세부 실천과제 70개 중 60개를 심의·발표했다. 금융사 검사·제재개혁을 시작으로 ▲한국거래소 개편 ▲인터넷 전문은행 ▲기술금융 정착 등 주요 과제를 다뤘다. 현장점검반은 그동안 전국 금융사 400곳을 방문하고 중소기업 150곳, 금융 소비자 110명을 만나면서 3575건의 제안을 받아 45%를 개혁했다.
다만, 개혁안이 입법화에 이르지 않은 점이 지적된다. 한국거래소에 지주회사 개념을 도입하는 자본시장법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대부업법 등은 통과되지 않고 있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금융개혁에 따라 금융사에 자율이 강조되는 만큼 불거질 수 있는 소비자 문제 해결에 나서면서 균형을 맞췄다. 보이스피싱 등 '5대 금융악'을 척결하겠다고 밝히고 금융사기 피해 신고 금액을 절반 가까이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을 통해선 세부 과제 232개 가운데 95개를 추진했다.
이처럼 진 원장은 금융개혁을 보조하면서도 과거 금감원장들처럼 보여주기식 제재에는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업계의 호응을 얻고 있다. 검사·제재 개혁에 만족하는 금융사 실무자 비중이 67.3%라는 설문조사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사후 감독으로 전환함에 따른 금감원의 업무과중 등 내부 과제가 남았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지난10월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