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글로벌 증시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상반기 미국과 유럽, 일본의 부양책으로 넘쳐나는 유동성은 후강퉁 실시로 급부상한 ‘중국’에 집중됐다. 하지만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달러 강세에 선진 증시와 신흥국 증시는 상반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한 남자가 전세계 시세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28일(현지시간)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에 따르면 글로벌 증시(MSCI AC INDEX)는 지난 25일 기준 지난해 종가 보다 4.14%의 하락률을 기록해 4년 만에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올 한 해 글로벌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요 선진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신흥국 증시와 대비되는 양상을 보였다.
28일 종가 기준 독일 DAX지수는 연간 수익률 8.65%를 기록했다. 범유럽 STOXX지수와 프랑스 CAC지수는 각각 3.50%, 8.08% 상승했다. 미국 나스닥 지수는 6.44%, 일본 닛케이지수는 8.15% 올랐다. 반면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12.48%, 말레이시아 증시는 5.14%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선진 증시가 선방한 이유로 유동성을 꼽았다. 올해 가장 수익률이 양호했던 유럽 증시의 경우 지난 3월부터 단행된 유럽중앙은행(ECB)의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이 배경이 됐다.
유로존과 함께 강력한 아베노믹스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일본 닛케이 지수도 부양책으로 인한 엔저가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엔화 가치는 올 상반기 동안 달러 대비 약 5%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유동성 장세로 인해 후강퉁, 선강퉁 등 교차 거래 이점이 있는 중국과 가격 메리트가 있던 신흥국 증시들도 수혜를 크게 입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유동성 장세가 저물면서 신흥국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달러의 가파른 강세는 신흥국 통화의 급격한 약세로 이어졌고 이는 고스란히 신흥국 증시 하락요인이 됐다. 달러 인덱스는 미국 금리 인상이 단행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전 연초 대비 11% 올랐다.
무엇보다도 하반기 달러 강세로 상품 가격이 약세를 나타내면서 원자재 수출국 증시는 올해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강달러로 유가까지 하락 압력을 받으며 증시 흐름은 더 악화됐다. 말레이시아 링깃화를 필두고 브라질 헤알화 등 주요 원자재 수출국들의 통화 약세로 하반기 신흥국 증시에서는 글로벌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은 올 한 해를 좌우했던 달러와 유가가 내년 글로벌 증시에도 가장 큰 영향력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전략가는 "달러가 추가로 강세를 보인다면 우려감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두 변수의 추이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