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올해 4월13일 예정된 가운데, 여야 정치권이 거세게 요동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탈당과 신당추진으로 일여다야(一與多野) 야권분열은 현실이 됐고, 새누리당도 친박(박근혜)과 비박간 공천룰 갈등으로 내부균열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총선은 내년 2017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가져, 정치권 일각에선 총선결과에 따라 여야와 계파를 넘는 거대한 정치적 지각변동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마저 나온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작년 12월 29일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신율 명지대 교수, 윤희웅 오피니언 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가나다순)등 정치전문가들의 총선 전망을 들어봤다.
가장 먼저 주목되는 내년 총선 결과에 대해 김 원장과 윤 센터장은 야권분열에 힘입은 새누리당의 승리를 점쳤다. 헌법 개정이 가능한 200석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국회선진화법’을 무시할 수 있는 180석 대승을 점치는 의견마저 나왔다. 반면 신 교수는 “과거 13대에서 15대 총선까지 일여다야 구도로 치러졌지만 결과는 여소야대였다”면서 “야권이 찢어진다고 꼭 여권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고 신중론을 폈다.
총선의 변수로 지목되는 야권연대의 경우 과거와 같은 전면적 ‘당 대 당’ 연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그렇지만 “더민주와 정의당의 연대 가능성은 남아있다”(김만흠), “수도권을 중심으로 야권후보 단일화 요구가 거셀 것”(윤희웅)이라며 야권 일부나 지역별·후보별 수준의 연대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간 야권 내 주도권 경쟁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다. 김 원장과 신 교수는 “문재인과 안철수 하기 나름”이라면서 “안 의원이 호남권에서 출현하는 신당들(천정배, 박주선 등)을 잘 규합한다면 제1야당의 위치가 총선 전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윤 센터장은 “호남지역 선거는 사실상 ‘더민주 심판프레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안철수 신당의 교섭단체(20석) 이상 의석 확보도 가능하다”면서도 “(신당이 새누리당 지지층을 일부 확보하고 호남에서 우위를 차지해도)제1야당 교체 수준까지는 안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야권의 분열과 함께 여권의 분열 가능성 역시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새누리당 내 친박-비박간 공천권 다툼을 ‘찻잔 속 태풍’ 수준으로 평가했다. 내부에서 제 아무리 거칠게 요동쳐도 그릇(당)이 깨질 수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 원장은 “당내 비박과 김무성 대표가 친박 주장에 맞춰주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면서 당 공천제도특별위원회가 김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 대신 친박계가 주장해온 사실상의 전략공천 ‘단수·우선추천’과 현역 물갈이용 ‘컷오프제’ 도입을 논의하는 점을 지적했다.
신 교수도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열린우리당이라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그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생긴 것”이라면서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 수준으로 몰아내지 않는 이상 당이 쪼개지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윤 센터장 역시 “소위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들’이 TK(대구·경북)는 모를까 다른 지역까지 경쟁력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고 여권이 분열되면 당선가능성만 낮아진다”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친박신당’ 등장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전문가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여당내 공천권 다툼 이유를 박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 속도와 차기 권력의 향배를 둘러싼 일종의 힘겨루기로 해석했다.
신 교수는 “이번 총선은 김무성 대표 체제로 치러지는데, 박 대통령의 사람들 없이 새누리당이 대승을 하면 박 대통령의 힘은 급격히 빠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래서 박 대통령에게 이번 공천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센터장도 “공천과정에서 후보들이 어떻게 결정되고, 또 총선 후 당내 친박-비박 의석 분포비율이 어떻게 되느냐에 (레임덕 속도가)달렸다”고 부연했다.
다만 김 원장은 “총선이 끝나면 집권 후반기고 대선을 제외하면 큰 선거도 없어 박 대통령이 당에 개입할 여지가 크게 없다. 당내 친박-비박 비율과 상관없이 권력의 환경 자체가 바뀐다”면서 대통령의 레임덕을 기정사실화 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도 그런 식의 ‘권력 이어받기’를 기대하며 맞춰주는 것 같은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각각 박근혜 대통령(좌상),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우상),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좌하), 안철수 무소속 의원(우하)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