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폭풍전야의 모습이다. 당장은 상임위 가동 등 쟁점 법안 처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연말까지 노동 개혁과 경제활성화법 등을 최대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천특별기구가 이미 출범했고 위원들도 확정됐다. 여기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친박(친박근혜)’ 거물들의 귀환이 결정됐다. 친박의 세력규합이 전망된다. 이는 계파 갈등이라는 폭풍의 필요충분조건은 다 갖췄다는 말이다.
새누리당 공천특별기구는 22일 오전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처음으로 내년 총선에 적용할 공천방식 논의에 착수한 것이다. 첫 회의를 비공개로 열만큼 공천방식은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다.
그만큼 공천방식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계파 갈등은 물론 당내에서 논란이 크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공천특별기구가 공천방식 논의를 진행해 나가면서 많은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더욱이 쟁점 법안이 처리되든 아니면 불발되든 올해 연말이 지나면 정치권은 총선 국면으로 전환된다. 총선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다는 점에서 공천특별기구에 쏠린 시선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서서히 당 안에서도 표출되는 양상이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전날 열린 최고위에서 내년 총선과 관련해 공천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등 공천 바람에 불을 지피는 모습을 보였다.
김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바닷물을 다 마시고 나서 짜다고 말할 것인가. 위기는 이제 시작됐다는 점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한다”며 “널리 존재하는 인재들을 과감하게 등용하는 혁신적인 공천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새누리당은 총선 경선에서 일반인과 당원 비율을 어떻게 정하느냐와 결선투표제 여부 등을 놓고 계파간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계파간 셈법이 복잡하고 이 모든 것을 공천특별기구에서 결정해야 된다. 전략공천 여부도 최대 쟁점이다.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비박계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된다는 입장으로 일반인 비율을 높여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대표의 공약을 충분히 지키는 방향으로 가야된다는 것이다. 반면 친박은 현행 규정인 5대 5 비율을 유지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결선투표제와 관련해서도 비박은 과반 득표를 얻지 못해도 표본오차를 넘어선다면 결선투표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친박은 1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를 얻지 못하면 무조건 결선투표를 실시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내년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계파 갈등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친박’ 핵심의 여의도 복귀 때문이다. 대표적 친박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곧 여의도로 복귀한다.
최경환과 황우여 부총리는 전날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의 2차 개각으로 행정부를 떠나 국회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이들 부총리의 여의도 복귀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져 왔다. 아울러 여의도로 돌아와 친박계를 지휘할 것으로 전망해 왔다.
정치권에서는 먼저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최 부총리가 여의도로 돌아오면 새누리당 권력지형에 일대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여의도에 있던 친박 의원들은 김무성 대표 등 당 주류보다 수적 열세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 부총리가 여의도로 돌아오고 친박 세력화에 나설 경우 그동안 중도에서 양진영을 오락가락했던 의원들을 규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당권과 최 부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친박계의 정면 충돌도 조심스럽게 전망되고 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학용 비서실장으로부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상향식 공천 관련 발언을 보고받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