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외환시장을 관통할 키워드는 '차별화(Divergence)'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미국이 7년만에 제로금리를 탈피하면서 각국이 걷고 있는 통화정책의 갈림길은 명확해졌다. 돈 줄을 죄기 시작한 미국 달러화는 강세를, 여전히 돈을 풀고 있는 유로존과 일본의 통화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에는 시장 전반에서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외환시장이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변할지는 아직 안개 속이다.
새해 외환시장은 각국의 통화정책에 따라 향방을 달리 할 전망이다. 통화정책 정상화에 들어간 달러화는 강세가, 통화완화정책을 유지하는 유로화와 엔화는 전반적인 약세가 예상된다. 자료사진/로이터
금리인상 속도 따라갈 '강달러' 속도
지난해 12월 미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통화정책 정상화를 선언했다. 연준의 움직임이 시작된 만큼 달러를 움직이는 기폭제는 '금리인상 기대감'에서 '금리인상 속도'로 옮겨가게 됐다. 월가에서는 올해 연준의 금리인상이 2~4번 이뤄질 것으로 추측했다. 저유가로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시장에 반영되지 않은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이 나타날 경우 최대 1%포인트, 불확실한 신흥국 경제상황과 강달러에 따른 미국의 수출 부진 우려가 커지면 0.5%포인트 오르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의 컨센서스를 가늠할 수 있는 연방기금금리의 12월 선물을 보면 3차례 금리인상을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이슈분석 보고서를 통해 "최근 경기 및 시장지표 등을 감안하면 달러 강세가 가파르게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달러 움직임을 가늠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상당해 연준의 행보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지난해 4분기부터 통화정책 결정에서 환율을 신경 쓰는 뉘앙스를 풍기기 시작한 점을 생각하면 너무 빠른 달러 강세가 나타날 확률은 적다는 분석도 있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강달러 효과가 상반 중 가시화되면 하반기 들어서는 연준이 통화정책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유로·엔 약세는 지속…신흥국 통화 위험성 확대
유로화와 엔화의 약세에 대해서는 예상이 엇갈린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이어가는 만큼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두 통화 모두 지금까지 가치가 많이 떨어져 추가 하락 폭은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CB의 양적완화 연장 결정으로 유로화 가치가 지속 하락해 '1유로=1달러'가 되는 '패리티(parity)'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주요 투자은행 3곳중 1곳은 유로화 가치가 1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유로존 경기가 조금씩 반등하고 있고 미국도 지나친 달러 강세를 경계하고 있어 패리티를 밑돌기는 사실상 힘들 전망이다. ECB의 양적완화 확대 가능성이 낮다는 시장 추측도 유로화의 추가하락 전망을 약화시킨다. 만약 유로존 경제가 저환율의 영향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될 경우 유로화가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엔화는 지난해처럼 달러당 120엔을 중심으로 시계추처럼 움직일 전망이다. BOJ의 추가 양적완화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양적완화 확대를 막는 요소 중 하나는 경상수지다. 일본의 월별 경상수지는 지난해 10월까지 16개월째 흑자로 통화 절상 압력을 받고 있다. 경기판단에 대한 내·외부의 온도차도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내년 1% 성장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일본정부는 1.7%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내부의 경기판단이 더 긍정적인만큼 추가 양적완화를 시행할 확률은 낮은 셈이다.
강달러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을 곳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신흥국이다. 중기 성장동력이 둔화된 중국은 올해에도 해외자본 유출이 이어질 전망이며 미국 경제의 그늘 아래 있는 멕시코 등도 큰 환율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저유가로 경제위기에 빠진 산유국들이 달러 페그제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중동발 외환시장 변동성도 주목된다. 강달러가 신흥국의 자금 엑소더스를 부추길 경우 신흥국의 위기도 우려된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경제고문은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글을 통해 "강달러는 무분별하게 달러를 사용해온 곳에 독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달러부채가 많지만 달러소득이 적은 신흥국 기업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