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역도 금메달리스트 사재혁(31·제주특별자지도청)이 후배 황우만(21·한국체육대학교)을 폭행하면서 체육계의 고질적 병폐인 폭행 문제가 재차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재혁은 지난달 31일 저녁 강원도 춘천시 근화동의 한 호프집에서 후배들과 술을 마시던 중 황우만을 폭행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혔다. 광대뼈가 부풀어 오른 황우만은 현재 병상에 누워있다.
춘천경찰서는 사재혁을 포함해 술자리에 있었던 4명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사재혁은 "지난해 2월 태릉선수촌에서 뺨을 때린 것 등을 놓고 서로 오해를 풀려고 황우만을 불렀으나 얘기 도중에 감정이 격해져 우발적으로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미스러운 폭행 사건 때문에 오는 8월 열릴 리우올림픽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가대표단 구성을 앞뒀던 대한역도연맹은 해당 사건 때문에 일정 조정에 들어갔다. 역도연맹 관계자는 "이주 안에 발표하려던 국가대표 선수단 명단 발표를 뒤로 미뤘다"고 말했다.
체육계는 잊을 만하면 드러나는 폭행 문제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대표팀 코치의 잦은 폭행에 시달리다 동계올림픽 출전을 접은 루지 국가대표 선수가 코치와 루지연맹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겼다. 지난해 9월 쇼트트랙대표팀 훈련 도중에는 신다운이 후배 선수를 폭행하는 일이 발생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6월에는 남종현 전 대한유도회장이 회식 자리에서 중고연맹 회장 이모씨의 얼굴에 맥주잔을 던져 전치 4주의 심각한 상해를 입히는 폭력을 저질렀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8월 말까지 접수된 성폭력과 폭행 신고 상담 건수는 총 816건에 이른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79건(9.7%)에 그쳤다.
체육계의 폭행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는 경직된 상명하복의 문화 속에서 제대로 된 학습 과정 없이 운동만 하는 엘리트 선수로 자란 점이 첫 손에 꼽힌다. 후배 선수를 같이 운동하는 동료 선수가 아닌, 언제든 선배가 군림할 수 있는 힘없고 약한 운동 기계쯤으로 치부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각 체육 단체를 비롯해 선수 육성 과정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인성교육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매번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폭행 문제가 번질 경우 '눈에 보이거나 알려진 것이 이 정도라면 드러나지 않은 곳은 어떨까' 하는 추측이 커질 수 있다"며 "결국 모든 체육 활동도 인격과 감정이 있는 사람이 한다는 기본 신념을 널리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 3일 한국 남자 역도 기대주 황우만(21·한국체육대학교)이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이자 선배인 사재혁(31·제주특별자치도청)한테서 폭행을 당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고 춘천시내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황 선수의 아버지가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