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4일 시무식에서 "IT업계가 전례 없는 속도로 빠르게 변화해 스마트폰·TV·메모리 등 주력제품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핀테크·모바일 헬스 등 융합 분야에서는 산업 간 경계도 무너지고 있어 새로운 방식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진 LG전자 사장 역시 "차별적 지위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세상의 변화 속도와 경쟁 상황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며 주도적 변화 창출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전자업계 라이벌인 양사가 기술 상향 평준화, 산업 간 융합으로 후발주자들이 급격히 성장한 상황에서 차별화만이 시장 주도권을 이어갈 경쟁력으로 판단한 것이다. 세계 경제의 저성장이 지속되고 신흥국 금융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등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현실에 대한 같은 진단에서 나왔다.
대응은 차이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O2O(online to offline)·공유경제 등 혁신 사업모델이 하드웨어의 가치를 약화시키고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으로 경쟁의 판을 바꾸고 있다"며 "새로운 경쟁의 판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스마트헬스·스마트홈 등 사물인터넷, 운영체제 타이젠, 스마트폰 결제 삼성페이, 모바일 보안솔루션 녹스 등 삼성전자가 벌이는 신사업을 강화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디바이스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각오다.
LG전자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B2C에서 B2B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내걸었다.
조 사장은 "올레드TV, 트윈워시와 같은 선도적 상품들을 통해 경쟁사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B2C사업은 수익 창출 체제를 빠르게 안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B2C사업에 대한 경계다.
또 "B2B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며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한발 앞서 준비하면서 빠르고 철저하게 실행하는 방식이 축적된다면 경쟁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많이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삼성전자 서초사옥, LG트윈타워. 사진/ 뉴시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