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은행이나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나 VIP지점에서 자산관리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PB나 VIP라면 최소 수십억원 갖고 있는 고액 자산가들이 드나드는 곳인데다 왠지 수수료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쉽게 문을 열지 못한다.
이처럼 금융투자에 적극 참여하고 싶지만 소액이어서 머뭇거렸다면 새해에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추천한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Robot)과 조언자를 뜻하는 어드바이저(Adviser)의 합성어로 모바일 기기나 컴퓨터를 이용해 고객에게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말한다. 지금까지 자산관리전문가(PB), 사람이 맡았던 금융투자 상담 업무를 컴퓨터프로그램이 각종 빅데이터와 투자 알고리즘을 통해 금융정보를 제공해준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말 대우증권과 NH투자증권이 개인별 재무목표에 따른 맞춤 매매전략 제시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대중화되어 있지 않으나 올해 재테크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 20~30대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아
이미 미국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에 자금을 맡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컨설팅업체 AT커니는 "웰스프런트와 베터먼트 등 미국 내 로보어드바이저의 운용자산 규모가 4년전 만해도 제로수준이었지만 2020년 2조2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전체 미국 투자자산의 5.6%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성장성을 보고 뱅가드와 찰스슈왑 등 대형운용사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저렴한 비용과 높은 접근성에 기인한다. 웰스프런트의 경우 최소 투자금액이 500달러이며 1만달러 이상일 경우 수수료 거래금액대비 0.25%를 부과한다. 베터먼트와 퓨처어드바이저 역시 수수료가 0.15~0.35%, 0.5% 수준이다. 이는 기존 자산관리사를 통해 거래할 때 수수료가 금융거래액 대비 1%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것이다.
무엇보다 소액으로도 자문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기존에는 PB서비스를 받으려면 최소 수억원의 자산을 보유해야만 가능했다. 저금리로 은행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PB문턱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중소득자에겐 자산관리서비스는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다. 이런 가운데 최소 50만원(500달러)으로도 투자자문이 가능하다면 소액투자자에게 유용하고 스마트한 재테크 수단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사회초년생인 A씨는 "자산관리에 관심이 많다고 해도 종자돈을 모은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PB서비스를 받을 순 없지 않겠느냐"며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자산관리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통한 자문서비스 'DIY투자시대'
투자가 결정되는 과정까지 PB나 펀드매니저 즉, 사람의 인위적인 개입이 이뤄지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에게도 로보어드바이저는 매력적인 수단으로 통한다.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정보매체 인베스터 정키는 "전통적인 자산관리전문가는 고객에게 전화로 시장 변화를 보고하고 대응전략을 설명했지만 지금은 이러한 과정이 웹사이트나 모바일기기를 통해 해결되고 있다"며 "금융사 직원을 만나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온라인 자문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에게 로보어드바이저가 더 친숙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해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나아가 투자자로 하여금 포트폴리오를 구축, 변경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DIY (Do it yourself)투자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 데이터앤애널리틱스의 김경수 이사는 "소액의 자금이라도 개인별 특징에 따라 포트폴리오 구성이 다르고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가 직접 투자에 참여한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지난 4일 중국증시가 급락,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을 경우 데이터앤애널리틱스 로보어드바이저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관련내용을 전달하고 관련 자산 비중을 줄일 것인지 혹은 그대로 둘 것인지를 묻고 고객 결정에 따라 투자를 실행한다. 즉, 상황에 따라 로보어드바이저가 고객에게 질문하고 그 대답에 의해 움직이면서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다. 김경수 이사는 "로보어드바이저는 단순히 고객의 성향을 구분한 뒤 몇 개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며 "포트폴리오 변경이 필요할 때 투자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그 결정을 추적한다"고 말했다.
핵심자산관리에는 한계 '지적'
물론 핵심 자산을 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인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로보 어드바이저가 제공하는 것은 포트폴리오일 뿐 전체적인 자산관리 전략의 큰 그림이 아니라는 비판적 견해도 존재한다"며 "세제 및 상속, 부동산, 투자 철학 등 종합 자산관리에서는 여전히 전문가의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