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지난해 실적 간신히 현상유지…충당금 피해 예상보다 적을 듯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여파 특수은행에 쏠려
대출성장 덕분에 1년전과 비슷한 규모 이익

입력 : 2016-01-06 오후 3:44:06
국내 은행권이 지난해 어려운 업황 속에서 나름 선방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 됐으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대출 성장에 힘을 받았고, 정부의 대기업 신용위험평가에 따른 충당금 폭탄도 국책은행이나 특수은행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000030)을 비롯한 신한·KB·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2015년 순이익은 6조원 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 충당금 적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지난 2014년(5조6300억원)보다도 소폭 상승한 수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지난해 실적 추정치를 보면 신한지주는 지난해 한 해에 2조289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2조원 클럽'에 무난하게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4년보다 2000억원 가량 증가한 것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한 해에 1조6200억원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 1120명의 대규모 희망퇴직에 이어 4분기에도 약 7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어 약 500억원 내외의 희망퇴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을 마무리한 하나금융지주는 1조1000억원대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에도 1800억원의 통합비용 지출을 지출한 것으로 예상돼 실적 반등이 더디다. IT부문이 통합되는 올해 6월 이후 본격적인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민영화를 위해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펴고 있는 우리은행은 1조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이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40% 급등한 8402억원을 기록해 주목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실적 선방의 배경에는 지난해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대출성장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각 주요은행들의 대출성장률은 평균 9%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 됐다.
 
또한 정부가 연말에 발표한 대기업 구조조정안의 여파가 제한적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별로 아직까지 충당금 규모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충당금 적립은 특수은행(산업은행, 수출입은행)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구조조정대상 기업에 대한 금융권 추가 충당금 1조5000억원은 국책은행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며 "4분기 중 은행들의 충당금 부담 증가는 대기업 구조조정에 인한 것이라기 보다 STX조선해양에 대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STX조선해양에 대한 충당금 부담은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은행별로 우리은행이 2500억원,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5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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