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 기자]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2008년(476억달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토목공사 위주로 수주전을 펼쳤던 중견건설사들은 다행히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둬들였다.
6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1~20위권 건설사들이 전년(408억달러)에 비해 150%가량 늘어난 615억달러를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단 이들은 상대적으로 유가 영향을 적게 받는 토목공사 위주로 수주고를 올렸다. 한화건설의 경우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기반시설 조성공사를 21억2000만달러에 수주했고, 한라는 3817만달러 규모의 캄보디아 국도개선 사업 계약을 따냈다. 또 한신공영은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각각 3817만달러, 3173만달러 규모의 토목공사를 수주했다.
지역 역시 중동에서 벗어나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베트남 등 아시아권에서 수주했다. 중동 수주액은 유가하락의 영향으로 전년대비 47% 감소한 165억달러를 기록한 반면 아시아 수주는 197억달러로 같은 기간 2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동 수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47%에서 2015년 35%로 줄어들었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008560) 애널리스트는 "이제 중동 플랜트 증설은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란이나 이라크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국내 건설사들이 기대할만한 큰 프로젝트가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큰 틀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먹거리가 기존 중동 플랜트에서 아시아 토목시장으로 전환되는 과도기라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작년 국내 건설사들의 전체 해외수주액(461억달러)의 68%를 차지하는 10대 건설사의 부진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수주액은 전년(315억달러)대비 35% 감소한 488억원으로, 롯데건설(125%)과 수주 건이 없는
현대산업(012630)개발을 제외한 8개 건설사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실장은 "올해 수주도 과거와 비교하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최근 4~5년간 해외수주가 매우 좋았다고 볼 수 있다"며 "올해도 국제유가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고 대형 프로젝트 발주도 없어 시장이 4~5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인 만큼 기업들은 사업 수익성 관리 등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해외수주액은 지난해 수준을 벗어나지 못 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모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국제유가 하락과 미국·중국 리스크 등으로 해외수주 여건이 여전히 불확실해 올해 해외 수주액도 작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 할 것"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분쟁도 앞으로 건설 발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대형건설사들이 전년대비 줄어든 해외수주 실적을 올리는 동안 중견건설사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다. 사진은 한화건설이 조성 중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현장. 사진/한화건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