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과 대부업법의 입법 공백 사태가 한 달 이상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서둘러 긴급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어 장기화를 대비한 후속 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야는 12월 임시국회가 종료하는 오는 8일까지 쟁점법안 처리가 되지 않으면 1월 임시국회를 소집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1월 임시국회가 소집되더라도 여야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이상 2월 임시국회가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8일 이후 1월 임시회가 소집되면 내달 초까지 다시 국회가 열리게 되며, 이어 2월에는 국회법에 따라 임시국회가 자동소집된다.
이 때문에 기촉법이나 대부업법 등 경제나 민생법안 공백 현상이 한 달 이상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부업자와 여신 금융사의 최고 대출금리 한도(34.9%)를 정한 대부업법상 규정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규정한 기촉법은 올해 1월 첫 날부터 효력을 상실했다.
금융당국은 입법 공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금리 대출 단속을 강화하거나 채권단 자율협약을 제정하는 등의 긴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법적 구속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먼저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기촉법 적용 금융회사 대부분이 참여하는 자율협약을 이달 말까지 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법적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의 금융당국 개입이 우려되는 자율협약이 그리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들이 STX조선해양에 대한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처럼 기업 구조조정에서 더이상 밑 빠진 독에 물을 붓지 않겠다는 방침"이라며 "금융사들이 금융당국이 중재에 나설 수 있는 자율협약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대부업법의 경우에도 당국은 금리 대출에 대한 신고와 단속을 강화해 서민들의 고금리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몇 안되는 인원으로의 현장 점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업권 관계자는 "법리상 대부업법이 새로 제정되더라도 최고금리 한도 공백 기간에 기존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해 적용한 대출분에 대해서는 초과 이자 수익을 환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소비자 스스로가 고금리로 대출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 등도 이러한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연말에 이어 연초에도 국회 설득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의원들 만나기가 손에 꼽을 정도로 어렵다는 토로가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안처리를 당부하는 부탁과 설득작업을 연초에도 계속하는데,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있어 의원회관 출근을 잘 안하기 때문에 전화상으로만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대관업무 관계자들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의원들과 접촉을 넓히는 시점이라기 보다는 누가 관련 상임위에 새로 들어오는지 주목하면서 정보 수집에 집중하고 있다"며 "만약에 이번 국회가 이대로 끝나면 계류중인 법안은 폐기되고 새로 구성된 상임위에서 재입법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종용·김동훈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