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정부의 공기업 부채 감축과 해외자원 개발 비리 등으로 해외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제유가가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 해외자원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하는데 주위환경이 여의치 않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1일 '한·중·일 해외자원개발 비교' 보고서를 내고 "일본과 중국은 에너지 가격 하락 시기에 적극적인 해외자원 개발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해외자원 개발 사업 위축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할 경우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낮았던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 정부는 해외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산업·경제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해외자원 개발이 위축된 배경으로 일본보다 현저하게 낮은 정부 예산과 정책금융 지원을 꼽았다. 우리 정부의 올해 해외자원 개발 예산은 958억원으로, 지난해 3594억원에 비해 약 73% 삭감됐다.
이에 비해 일본은 올해 우리나라보다 6배 이상 많은 632억5000엔(약 5898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최근의 원유가격 하락을 우량한 자원 권익을 획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판단, 지난해보다 13% 예산을 늘렸다.
정책금융을 통한 자원개발 지원 규모 역시 2014년 기준으로 일본이 일본석유천연가스광물자원기구와 일본국제협력은행을 통해 2만2810억엔(약 22조7000원)을 지원한 반면, 한국은 2조7000원에 불과했다. 8.4배 이상의 차이다.
자료/ 전경련
한·중·일 3국의 해외자원 개발 투자액 차이는 더 크다. 지난해 한국이 67억9300만달러를 투자한 데 비해, 일본은 이보다 약 14배 많은 934조8400만달러, 중국도 10배 이상 많은 712억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일본의 적극적인 해외자원 개발 기조에 따라 석유·가스 자원개발률은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4년 24.7%에 달했다. 반면 한국은 2011년 이후 자원개발률이 14.4%로, 일본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유연탄, 동, 철광 등 전략광물 자원개발률도 2014년 기준 한국은 32.1%인데 반해 일본은 60%를 상회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빈국이자 다소비 산업구조"라며 "자원개발 산업의 특성상 성공률이 낮고 초기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해외자원 확보에 성공한 주요 국가들처럼 적극적인 육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해외자원 개발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성공불융자금을 확대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탐사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또 "일본 등 주요국 수준으로 관련 예산을 증액할 수 없다면 민간 투자를 장려해야 한다"며 "그 일환으로 올해 일몰이 예상되는 세제지원의 기한 연장도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무엇보다 자원개발 사업의 특성상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의 일관적인 정책 추진이 요구되는 상황. 에너지자원 확보에 대한 장기적인 목표와 변동 없이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방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석유화학·정제산업 등 한국이 주로 진출한 석유산업 하류부문의 제품경쟁력이 후발국의 추격으로 약화된 상황을 감안할 때 고부가가치 산업, 국가경쟁력과 직결된 상류부문인 자원개발 산업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저유가 상황이야 말로 해외자원 개발의 적기"라며 "기업들도 자원개발의 기술력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질적 역량 향상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