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기사들이 이용하는 배차프로그램 업체가 기사들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적발된 업체는 수도권 대리운전배차서비스 시장점유율 1위였다.
공정위는 11일 경쟁사의 배차시스템에 콜을 등록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프로그램 이용료를 면제해주고, 경쟁사의 배차시스템을 이용하는 대리운전기사에게는 자동배차를 제한하는 등 구속조건부 거래행위를 한 바나플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바나플은 '로지(Logi)'라는 대리운전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리운전업체로부터 콜 정보를 접수받아 대리운전기사들에게 제공해왔다.
공정위에 따르면 바나플은 지난 2012년 2월부터 8월까지 수도권 대리운전업체들에게 경쟁사의 배차시스템에 콜을 등록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대리운전업체가 바나플에 납부하는 프로그램이용료를 면제해줬다. 프로그램이용료는 매월 1만5000원으로 대리운전업체가 소속 대리운전기사로부터 걷어 바나플에 대납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바나플은 또 2012년 4월부터 8월에 걸쳐 특정 경쟁사의 배차애플리케이션이 깔린 단말기를 사용하는 수도권 대리운전기사에 대해 자동배차서비스 제공을 거부하기도 했다. 자동배차는 콜이 발생한 위치와 가장 가까운 대리운전기사 1명에게만 콜 정보가 제공되는 배차방식으로 콜 정보가 다수의 대리운전기사에게 동시에 제공되는 일반배차에 비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2014년 10월에는 대리운전업체들에게 경쟁사 배차시스템에 콜을 등록할 경우 해당 대리운전업체가 등록한 콜의 배차를 지연하거나 자동배차 중단, 소속 대리운전기사에 대한 콜 정보 제공도 지연시키는 등 불이익을 제공하겠다고 공지하는 등 횡포를 서슴지 않았다.
공정위는 바나플의 이러한 행위가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거나 거래상대방인 대리운전업체와 대리운전기사의 거래처 선택을 제한해 관련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 구속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경찰의 음주단속 현장.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