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정부 지원책 역부족 '벙어리 냉가슴'

입력 : 2016-01-12 오후 4:17:08
정부가 해운업계 지원책을 내놨지만 현대상선(011200)한진해운(117930)으로 대표되는 양대선사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에 벙어리냉가슴을 앓고 있다. 정부는 우선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박. 사진/현대상선
 
12일 금융위원회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현황과 향후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1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해 BBC(Bare Boat Charter)방식으로 선박건조를 지원키로 했다. BBC방식은 용선 종료시 소유권이 선박펀드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해운사가 선호하는 선박건조방식이다.
 
다만 부채비율이 400% 이하를 달성했을 경우에만 펀드 지원 신청을 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687%,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980%에 달한다. 계열사의 지원 등의 방법을 쓰지 않고는 정부의 펀드 지원신청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운업계는 유동성 지원에 목말라 하고 있다. 한국 산업계에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특수적인 위치를 고려해달라는 입장이다.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1조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하고 나면 국적선사의 경쟁력을 상실할 수 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에서 요구하는 구조조정을 충실히 이행해왓는데, 결국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메시지인것 같다"며 "양대선사는 국내 수출수입기업들의 운송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는데다, 잘못될 경우 산업 각 분야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특별한 관점에서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불황으로 인한 흐름 속에서 업체가 잘못해서 현상황을 초래한 것처럼 비춰져 안타깝다"며 "업계를 살리려는 당초 취지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책이 실질적이지 않다는 해운업계의 주장에 대해 정부 측은 고민 끝에 나온 결정이라며 업체 자구 노력이 선행되어야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해운업계가 재무구조 개선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업계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면서도 "해운업황이 사상최악인데다 성장률보다 교역성장률이 낮게 나타나는 산업의 구조적인 변동까지 나타나고 있는 등 엄밀한 상황 인식 하에 400%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해운업계에 유동화증권(P-CBO) 등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해왔지만 앞으로 돌아오는 공모채 정도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정부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와 오는 2017년에 돌아오는 공모채 규모는 현대상선이 7500억원, 한진해운이 5166억원 정도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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