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부패 척결을 강조한데 이어 황교안 국무총리가 부패·비리 차단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며 공직 기강 잡기에 나섰다.
황 총리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재난안전통신망 등 16개 분야 총 240조원을 운용하는 공공시스템에 '부패방지 4대 백신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재원이 투입·운영되면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재량권 남용으로 부정 소지가 큰 분야에 대해 예방에 초점을 둔 부정방지책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황 총리는 "경제 회복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부패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라며 "부정과 비리를 사후에 적발·처벌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비리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장치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업비 5조9000억원이 소요되는 과학벨트 조성사업 등 총 25조원 규모의 사업은 지난해 10월 신설된 국무조정실 대형국책사업관리팀에서 총괄 관리한다. 재난통신망과 평창올림픽 등 국민적 파급효과가 큰 사업들은 소관부처에도 별도 검증팀을 둬 이중으로 관리토록 했다.
방산비리를 막기 위해 방위사업감독관을 신설했으며, 105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 중인 우정사업본부 내 위험관리부서를 확대개편해 다단계 감시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국고보조금과 같이 부적정 수급으로 인한 예산 누수·낭비 요인이 큰 분야는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자격요건 등을 상호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정부에서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실시될 경우 5조원 가량의 예산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부패 척결 강조에 대해 공직 기강을 다잡는데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사정 국면으로 들어가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집권 4년차에 접어든 상황에서 권력 누수를 막고 오는 4월 총선과 내년 대선에서 국정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이완구 당시 총리가 발표한 부패척결 담화문의 경우 특정 집단을 손보는 식이었다"며 "향후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황교안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부패방지 4대 백신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