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심사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전제로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심사와 관련해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여러가지 사안을 고려해 (인수 심사를)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공정위와 방통위 등에서도 절차가 있어 (심사 종료) 시기를 못박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성준 방송위 윈원장 역시 "90일이라는 심사 기한에 꼭 쫓길 필요는 없다"며 "충분하게 검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상 정부의 인수합병 심사 기한은 신청서 접수 시점으로부터 90일 이내다. 정부는 그러나 SK텔레콤이 제출한 7만장에 이르는 신청서 외에 합병법인의 세부 운영 계획과 구체적인 비전 등을 추가로 요구했다. 이 경우 서류 보완을 위한 시간은 인수 심사 기한에서 제외된다. 때문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심사를 위한 본격적인 절차는 시작도 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가 인수 심사에 신중을 기하는 데는 단순히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인해 향후 업계에 미칠 메가톤급 영향을 분석하기 위함 만은 아니다. 정부 나름대로 이번 인수 심사를 통해 정책 실패라는 오명은 피해야 한다는 내부적인 공감대가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SK텔레콤이 합병법인의 출범 시기로 예정한 4월은 총선과 겹치는 달이다. 총선이 마치고 나면 7월 정도에는 새로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10월 정도에는 국정감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짧은 시간 안에 인수 심사를 진행해 허가를 해줬다가 나중에 국정감사에서 하나의 오점이라도 발견되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며 "그런 경우가 발생하면 비난의 화살은 인수 허가를 내준 정부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SK텔레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정부의 심사 결과를 가만히 앉아서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서
KT(030200)와
LG유플러스(032640) 등 경쟁사들은 인수 자체에 반대하며 연일 찬물을 끼얹고 있어서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일단 겉으로 정부에서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 이야기하지만, 속으로는 인수 허가가 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섣불리 대응에 나섰다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힐 가능성도 있어 답답한 것이 현실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심사 기한이 연장된다는 소식이나 경쟁사의 공세에 강력하게 대응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주요 ICT 정책에 대해 설명 하고 있는 모습.사진/미래창조과학부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