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출시 예정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투자일임형 계좌가 허용되면서 증권사들이 비상이 걸렸다.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준비 없이 ISA 시행일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투자일임 형태의 ISA 계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29일부터 시행된다.
가입자가 운용 방식을 직접 지정하는 신탁형 계좌와 달리 투자일임형 계좌는 가입자가 금융회사에 자금 운용을 맡기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투자일임형 ISA 계좌 허용으로 신탁업 인가를 보유하지 못한 중소형 증권사들이 ISA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된 점이 주목된다. 당초 ISA 계좌 도입 방안 발표 당시 정부는 신탁 계좌만을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투자일임형 상품의 ISA 계좌 불허에 대해 고객불편을 초래한다고 주장하는 증권사의 요구에 금융당국이 결국 방침을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ISA 시대 개막을 앞둔 증권사들이 더욱 다급해졌다. 1인1계좌만 허용하는 만큼 선제적인 시장 선점에 나서지 못할 경우 기회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현재 금융당국이 내놓을 구체적인 방안에 주시하며 내부적으로 대응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당국은 오는 29일 추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기가 촉박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SA 도입 일정이 3월14일로 예정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이밖에 다른 구체적인 준비작업에 나서기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본부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주말에도 나와 고객에 유리한 상품 고안을 위해 스터디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마케팅 차별화를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ISA 상품판매를 위한 전산구축 작업도 한창 진행 중이다. 손익통산과 신탁보수, 만기일 조절 등을 위한 기본적인 전산이 구축돼야 다음 임무에 돌입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ISA 도입 실효를 얻기 위해서는 '만능재테크 통장'이란 별칭이 붙은 ISA만의 강점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비과세 혜택은 사실상 같은 시기 도입되는 비과세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로 빠지고 저금리 투자환경 속 예·적금 수익률이 만족스럽지 못한 만큼 주로 ELS(주가연계증권)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손실과 이익을 통산해 과세 기준을 삼는 ISA 계좌만의 장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ISA는 매년 2000만원 한도로 5년간 최대 1억원까지 담을 수 있다. 5년간 발생한 이익에 대해 최대 250만원까지 비과세혜택을 주고 초과 수익에 대해서는 9.9%(일반 이자배당소득세는 15.4%)로 저율 분리과세한다. 이자·배당·투자이익과 손실을 통산해 세제혜택을 부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도입방안을 확정하고 2015년도 세법 개정안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News1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