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후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국과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사드 도입은 한국의 외교·안보에 오히려 손해가 될 것이며, 마땅한 사드 판매처를 찾지 못한 록히드마틴 등 미 군산복합체의 로비가 논의를 부풀리고 있다는 반박이 나온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난 6일 미 하원 군사위원장인 공화당의 맥 손베리 의원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반드시 한국과 공조해 사드를 포함한 미사일방어(MD) 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하고 미국 본토에서도 자체 MD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13일 대국민담화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위협 이런 것을 우리가 감안해 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서 검토해 나가겠다. 오로지 기준은 그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미국에서는 보수 싱크탱크 관계자, 국내에선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사드 배치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정의당 김종대 국방개혁기획단장은 17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사드 한반도 배치 논의는 우리 안보에는 도움이 안 되고 외교에는 오히려 손해를 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사드는 제대로 된 실험도 못했기 때문에 성능이 의심스러워 오바마 정부도 관련 예산을 줄이고 있다”면서 “북한이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쓴다면 단거리 미사일을 쓸 텐데, 사드는 주로 대기권 밖에서 요격하는 중거리 미사일용이라 방어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단장은 “중국이 사드 배치 가능성에 논평을 내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이는 그간 박근혜 정부가 추구해온 대중국 외교와 완전 배치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단장은 사드와 미 군산복합체의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북한 핵실험 얼마 후부터 국내 언론은 ‘미국에서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공론화가 시작됐다’며 사드 배치 논란에 불을 붙였다”면서 “첫번째 주자는 클린턴 대통령 당시 국방장관을 지낸 윌리엄 코헨으로, 그가 세미나에서 ‘미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고려하고 한국과 일본도 사드 도입을 고려하기를 희망한다’고 주장한 게 국내 언론에 대서특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코헨은 장관을 퇴직한 후 컨설팅 업체인 '코헨 그룹'을 만들어 방위산업체 로비스트로 활동했으며, 2013년 록히드마틴에 고용된 장사치”라면서 “이런 자가 사드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이 한반도 안보를 위한 순수한 마음이라고 믿는 바보가 어디 있는가? 전직 국방장관이라고 하니까 언론이 그저 받아쓰기 바쁘다”고 질타했다.
김 단장은 또 “그 외에도 사드 배치 주장을 들고 나온 사람의 면면을 보면, 공화당 대선주자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록히드마틴의 안마당 플로리다 출신이다.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과 마이크 로저스 하원 군사위 전략군소위원장은 MD 예산 증액을 주로 주장하다가 이를 꺼려하는 오바마 대통령과 갈등을 겪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산복합체의 하수인들이 떠드는 걸 국내에 대서특필하니까 여기에 공명한 국내 유력 인사들이 일제히 사드 도입을 외친다”며 “이들이 한국 안보를 위한 순수한 마음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제기했다고 보나. 미국 무기 도입 세계 1위 국가(한국)에 미완성 무기를 팔아치우려는 달콤한 계산법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회원들이 지난 해 11월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한미연례안보협의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