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제도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장 참여자가 필요하다. 제일 중요한 참여자는 물론 근로자일 것이다. 그러나 원만한 제도운용을 위해서는 사용자, 노조, 퇴직연금 사업자, 자산운용사, 상품제공사 그리고 감독기관이 협력하여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참여자들은 수익과 비용을 동시에 발생시키는 주체들이란 것이다. 이런 수익과 비용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근로자가 부담하는 제도운용과 상품투자에 들어가는 비용 즉 수수료인 것이다. 지난 기간 동안 퇴직연금사업자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고금리를 주었을 때는 수수료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지만 그 이후 금리가 급속하게 하락하면서 원리금비보장상품 투자에서 수수료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퇴직연금제도에 관련되는 수수료는 크게 제도운용 수수료와 퇴직연금 상품 수수료가 있다.
제도관련 수수료는 확정급여형, 확정기여형, 기업형 IRP는 회사가 납입하지만 개인형 IRP의 경우 가입자가 납입해야 한다. 개인형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개인퇴직연금)의 경우 2015년부터 최고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해주기 때문에 이 제도를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운용하면 낮아진 금리로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할 수 있고 여기에 더해 제도운용수수료인 운용관리수수료와 자산관리수수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이를 피해 원리금 비 보장상품으로 자산을 운용하면 이번에는 상품수수료인 펀드수수료·보수라는 절벽과 만나게 된다. 그러므로 개인형 IRP로 원리금 비 보장상품(펀드)으로 자산을 운용하게 되면 이 중의 수수료와 위험을 함께 가기는 매우 불리한 구조로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해야 한다
퇴직연금투자를 할 때 펀드의 비용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확정급여형을 제외한 퇴직연금 원리금 비보장상품은 모두 펀드이기 때문이다. 펀드비용에는 수수료와 보수가 있는데 수수료는 펀드 취득에 관련된 비용이고, 보수는 펀드 운용과 관련된 비용이다. 수수료는 선취형과 후취형이 있다. 일반적으로 퇴직연금 투자에서는 선취형이 유리한 편이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적립금의 금액이 증대돼 적립금 규모를 바탕으로 책정하는 수수료는 후취형이 되면 더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펀드의 보수에는 자산운용회사에 펀드 운용대가로 지급하는 운용보수가 있고, 은행·보험사·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퇴직연금 사업자)들에 내는 판매보수가 있다. 그리고 돈을 보관해 주는 대가로 수탁회사인 은행에 지급하는 수탁보수가 있다.
향후 퇴직연금제도를 활용하여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IRP의 가입이 일반화될 텐데 수수료문제는 모든 시장참여자에게 놓여진 공통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퇴직연금제도에서 수수료 합리화 방안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가입자나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낮은 수수료만이 선일 것이고,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그래도 최소한의 퇴직연금제도 유지를 위한 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수수료라야 할 것이다.
양측 모두 일리가 있다. 그런데 제도도입 10년이 넘어가는데 수수료의 합리화에 대해 공론화된 경우는 거의 없다. 제도운용수수료를 회사가 수수료를 부담하는 가입자들은 수수료에 둔감하고, 사용자들 역시 현재까지는 원리금보장상품의 금리에만 많이 신경 써 왔다. 그러나 향후 원리금 보장상품의 금리가 더 하락하고 원리금 비보장상품 가입이 증대되면 수수료는 가장 민감한 문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퇴직연금 수수료 합리화의 방향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무엇보다도 가입자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 수수료관련 문제에 뜬금없이 가입자교육이 우선이라 의아해할 수 있지만 교육을 통해 수수료의 책정 과정과 다양한 수수료가 존재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만약 수수료에 대한 가입자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원리금보장상품 금리가 계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마지못해 원리금 비 보장상품으로 갈 경우 개인형 IRP에서 이중적으로 수수료를 부담하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할 경우 '제도저항'마저 우려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이것은 사업자들만의 일이 아니다. 감독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둘째, 수수료율을 수익률과 연동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익률이 하락할 경우 수수료도 같이 낮출 수 있는 제반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현재 적립금 크기에 대해 비율적으로 수수료를 책정할 것이 아니라 기간이 경과될수록 수수료를 자동 할인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많으면 수수료가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개인형 IRP를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운용할 경우 제도관련 수수료를 대폭 낮출 필요가 있다. 세제를 통해 근로자들에게 IRP가입을 유도하는 정부정책은 옳은 방향이지만 퇴직연금 관련 수수료를 적정한 선에서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제도운용수수료는 낮출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더 강조하지만 현재는 가입자들이 수수료에 대해 민감하지 않지만 원리금보장상품 금리가 계속 떨어지거나 원리금 비 보장상품 투자에서 손실이 날 경우 수수료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그동안 금융이기 때문에 당연히 적정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고 안이하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퇴직연금은 공적 성격이 있고, 2022년이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금융상품차원에서 접근하면 안된다. 이는 사업자 개별로 하는 것 보다 만약 퇴직연금사업자협회와 같은 이해관계조정가능 기구가 만들어진다면 이 기관에서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다. 퇴직연금제도는 이제 본격적인 성장기로 들어감에 따라 퇴직연금 수수료문제는 모든 참여자에게 던져진 난제 중의 하나이다. 이제부터 여기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하여 시장참여자들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수수료 수준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김성일 KG제로인 퇴직연금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