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경제단체들이 주도하는 쟁점법안 통과 대국민 서명운동에 참여한 것과 관련해 “국민이 직접 나선 서명운동에 동참해 국민과 같이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어제 (업무보고 자리에서) ‘오죽했으면 국민이 그렇게 나서겠느냐’라고 하지 않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정 대변인은 이날 국무회의 후 국무위원들도 서명에 동참하느냐는 질문에 “서명 동참은 개인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의무적으로 하는 게 아니지 않는가”라며 행정부 차원이 아닌 개인 차원의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지만 황교안 국무총리가 이날 온라인 서명을 공언하는 등 다수의 각료들이 동참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행정부의 수장이자 국가권력의 정점에 서있는 대통령이 보통 일반 국민들이 국가에 청원하기 위해 활용하는 서명운동에 나선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야당은 물론 보수 성향의 언론들에서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눈과 귀를 의심하는 사건”이라며 “우리나라 대통령은 법과 제도는 물론 조직문화에도 관행적으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리인데도 박 대통령은 대화와 토론이 아닌 서명운동에 참여했다”고 비판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국민을 참으로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미국 대통령은 법안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때로는 한 명, 두 명씩 백악관에 초청도 하고 식당을 찾아가기도 하며 대화에 나선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정진후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해당 서명운동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 등 주요 경제단체가 주도하고 있다”며 “이들 단체가 주도하고 대통령이 ‘노동개혁·민생법안’이라고 명명한 노동5법은 기업인들의 지상 최대의 민원과제였다. 재벌 회장님을 위한 ‘회장님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런 회장님 법안을 위해 대통령이 서명하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경제인들을 만나 그들을 위로할 것이 아니라 지금도 거리에서 노숙하며 노동법 개악에 반대하는 거리의 노동자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 행사장을 찾아 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