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설현폰 '쉽지않네'…하니폰·쯔위폰 '도중하차'

중저가 시장 격화…걸그룹 애칭은 차별화된 마케팅

입력 : 2016-01-19 오후 3:04:15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지난해 루나가 '설현폰'으로 불리며 스마트폰 시장을 강타하면서 제조사마다 제2의 설현폰을 노리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루나는 삼성전자와 애플,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업체가 아닌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이 자체적으로 기획한 중저가의 보급형 스마트폰이다. 
 
루나는 SK텔레콤이 발주해 국내 중견기업 TG앤컴퍼니가 디자인하고, 애플의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이 만들었다. 제조사만 봤을 때 소비자들이 루나를 선택할 흡입력은 크지 않다. SK텔레콤은 가성비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를 타개했다. 가격은 44만9000원으로 프리미엄 제품보다 낮지만, 필요한 기능은 다 갖춰다는 평가다.
 
여기에 걸그룹 AOA 설현이 나온 광고가 눈길을 끌면서 루나 흥행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기대를 뛰어넘는 광고효과에 누적판매 15만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SK텔레콤은 이 기세를 몰아 오는 22일 두 번째 자체 기획 스마트폰 'Sol(쏠)'을 출시할 예정이다.
 
(왼쪽부터)SK텔레콤의 '루나'와 '쏠'의 광고 모델인 AOA의 설현, 한국레노버 모델인 EXID의 하니, LG유플러스 모델인 트와이스의 쯔위. 사진/ 각사
 
설현폰 이후 '하니폰'과 '쯔위폰' 등 걸그룹 멤버의 이름을 애칭으로 쓰는 스마트폰이 등장했지만 저마다의 사정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사라졌다.
 
대만의 레노버는 지난해 10월 멀티미디어 대화면 스마트폰 '팹플러스'를 출시했다. 레노버 전속 모델인 EXID의 하니는 팹플러스 출시행사에 대표모델로 참석했다. 자연스럽게 '하니폰'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팹플러스는 출시 한 달 만에 5000대 판매를 달성하는 등 좋은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곧바로 제동이 걸렸다. 국립전파연구원은 팹플러스가 '롱텀에볼루션(LTE) 유심 이동성'을 위반했다는 점을 뒤늦게 인지하고 한국레노버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국내에 출시하는 스마트폰은 단말기 종류와 상관없이 유심만 바꾸면 다른 이통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팹플러스는 출시 당시 LG유플러스 주파수를 지원하지 않은 상태로 전파 인증을 통과했다. 한국레노버는 전파 재인증을 통해 팹플러스 판매를 재개하려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출시 시기가 짧아지면서 무의미하다고 판단, 팹플러스 대신 다른 신제품을 출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사실상의 단종이다.
 
최근 화웨이는 LG유플러스 전용 스마트폰 'Y6'를 출시하면서 다국적 걸그룹 트와이스의 쯔위를 모델로 기용했다. 쯔위는 지난 5일부터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광고를 통해 섹시함과 청순함의 이중적인 매력을 선보였다.
 
게다가 보조금을 더하면 사실상 공짜폰이라는 이점 덕분에 한 달도 안돼 2만대 넘게 판매됐다. Y6가 '쯔위폰'이라고 불리며 인기몰이를 하던 도중 돌연 광고가 중단됐다. 쯔위가 한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게 발단이었다. 이는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되며 중국과 대만에서 논란이 가열됐다.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자 쯔위는 사과를 했고, LG유플러스는 Y6 광고를 일시 중단했다.
 
이처럼 IT 제품에 여자 연예인 이름이 붙을 경우 딱딱한 이미지를 친근하게 바꿔준다. 소니의 '손예진 카메라', 삼성전자의 '한효주 카메라'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해당업체로서는 모델의 이름이 노출될 때마다 광고효과도 볼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000폰'이라는 건 사실 제조사나 이통사에서 정한 건 아니고 언론과 소비자들이 그렇게 부르면서 자리를 잡은 것"이라며 "설현폰 이후에 이렇다 할 애칭을 가진 스마트폰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중저가 스마트폰이 경쟁적으로 출시되는 상황에서 친근한 이미지의 걸그룹 이름이 별칭으로 붙으면 차별화된 마케팅이 가능하다"면서 "여러 업체에서 제2의 설현폰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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