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 시장에 동의의결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의의결제도는 사업자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 보상을 제안하면 법적 제재 없이 사건을 종결시켜 주는 것이다.
19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정기 국회에서 통신 시장에 동의의결제도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 추진될 예정이다. 동의의결제도는 통신 사업자에 대해 조사와 제재를 맡아온 방통위가 시장 자율성 제고를 위해 올해 업무계획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안이다. 심할 경우 과징금은 물론 영업정지까지,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산업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방통위 관계자는 "그동안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 대한 구제 방안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사업자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 피해 보상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과거에도 사업자에 대한 일방적 제재보다 소비자 피해 보상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결정한 바 있다. 지난해 방통위는 휴대폰을 무료로 교체해준다고 허위 광고한 SK텔링크에 피해자 보상을 담보로 제재 수위를 조절했다. 당시 피해자 가운데 60% 이상이 60대 노인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비록 SK텔링크는 방통위로부터 4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자진해서 11억원 규모의 소비자 피해 회복을 진행했다. 방통위가 도입하려는 동의의결제도의 취지와 비슷한 셈이다.
동의의결제도가 적극적인 소비자 피해 회복이라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통신 사업자들이 악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 사업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와 관련한 과장광고 행위 위법 여부를 조사하자 동의의결제도를 활용해 제재의 칼날을 피해가기도 했다. 불법 보조금을 통해 가입자를 유치하고, 방통위로부터 제재를 받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인 통신 시장에서 동의의결제도는 일종의 면죄부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의의결제도는 사업자 자율로 피해 보상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국내 통신 시장에서는 위법 행위가 수시로 발생하는 만큼 사업자들이 악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사진/뉴시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