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는 코린토스 왕으로 욕심과 꾀가 많은 사람이었다. 시시포스는 제우스를 속인 죄로 지옥에 떨어져 큰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벌을 받는다. 산꼭대기에 다다른 돌은 이내 다시 굴러떨어져 시시포스는 돌 밀어 올리기를 영원히 반복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어쩌면 경제정책 결정자들도 시시포스의 운명을 짊어졌을지도 모른다. 경제 정책은 특정 시점에 고정되지 않고 시간의 흐름속에 존재하는 만큼 당대에 국민의 지지를 받았더라도 훗날 경제위기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정책이 훗날 경제를 위협하는 칼이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수장들의 자리는 외로울지 모른다. 잘해야 본전, 못하면 더 큰 비난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수장에 대한 평가가 인색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박근혜정부 3기 경제팀이 출발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장이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여건이 녹록치 않다. 중국의 경기침체가 심상치 않고, 대북위험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유가 하락이 숨통을 죄고 있고, 미국의 금리인상도 부담이다.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 수출 감소, 소비 위축, 부실기업 증가, 저성장 고착화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는 취임후 4대 구조개혁을 완성하고, 현장과 소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소통을 위해 첫 방문지로 평택항을 선택했다. 경제부총리에 있어 첫 현장방문은 경제정책 중 어디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이번 방문은 부진한 수출을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로 읽혔다. 그런데 이렇게 상징적인 현장방문에 지각을 했다. 현장과 첫 상견례 자리인 중요한 자리에서 신뢰를 떨어뜨린 것이다. 4대 구조개혁을 강조하던 유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노동, 공공, 금융까지 발언하고는 교육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백번 양보해서 이날 행사가 실수였다고 치자. 하지만 경제수장의 자리는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다. 경제정책자들은 시시포스처럼 잠깐의 소홀함으로도 경제가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운명을 짊어진 사람이다. 대내외적으로 힘든 경제상황에 투입돼 어려움이 많겠지만 기본은 지키고, 소신은 갖되 소통을 통해 경제를 이끌어가길 바란다. 경제회복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면 과감히 추진하고 상황의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조정해 나가는 소신 행정을 기대한다. 이미 경제수장에 앉은 이상 시시포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