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저성장의 위험에서 벗어나자

입력 : 2016-01-21 오전 6:00:00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주력 산업은 수요부진과 중국 업체의 강력한 추격에 따른 경쟁격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 경제의 성장은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시장이었으나, 이제는 중국 성장둔화에 따른 수요부진과 함께 자국의 실리를 위해 전면적 지원을 받은 중국 기업들과 생존을 담보로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사실 ‘저성장’이란 표현은 상대적 의미를 가진다. 성장이 느려지더라도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체질개선이 동반된다면 국민 경제성장 성장률 둔화는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성장둔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거나, 혹은 현재 수준에서 뒷걸음 칠 가능성이 현실화된다면, 이제는 속도의 문제가 아닌 방향성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결국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이를 타개하기 위한 각종 정책이 필요하게 된다.
 
일반적인 경기부양 정책으로는 재정지출 확대, 세금감면 카드를 사용하고, 중앙은행은 금리인하, 대출확대, 국채매입 등 금융완화를 통한 통화량 확대를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경제가 성숙기에 들어서면 과거 효과를 인정받던 전통적인 정책의 효력이 반감되거나, 아예 효력을 보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강력한 양적 완화 정책을 세 차례나 활용한 것은 과거 일반적인 방식이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제성장이 위협받으며, 이로 인해 각종 사회적 문제가 확대되는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1년 사이 추경 집행, 금리인하, 부동산 거래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구조적인 해결이라기 보다는 단기효과에 그치고 있다. 현재의 저성장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강력한 정책과 함께 정책의 상호보완성, 그리고 이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경제/산업 구조에서 성장산업을 집중 공략하고 연관산업으로 개선 효과가 확대되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과거 성장기 대기업 주도하의 수직적인 낙수효과의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전략산업에서 연관산업으로 수평적인 효과를 확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끈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는 과거와 같은 성장의 유효성이 눈에 띠게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후계 구도가 상속 중심으로 진행되며 과거 창업시대에 가지고 있던 ‘기업가 정신의 부족’이나 ‘사회적 책임 부족’과 같은 소위 ‘3세 위기론’으로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 경제가 저성장 위험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를 합리적으로 통제하고 감독해서 사회적인 부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이고 개혁적 조치들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단지 경영권 보호 및 승계의 편의보다는 효율적, 미래 지향적 의사결정이 전개되고 이에 따라 기업가치가 향상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강화되고 있는 연기금들의 의결권 참여 확대 등은 이러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정부의 ‘신성장전략’에 따른 지원이 맞물린다면 한국 기업들의 잠재력이 향상되고 결국 한국 경제가 저성장 위험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연초에서 바라보는 경제 환경은 만만치 않다. 투자자들은 두 가지에 주목이 필요하다. 우선은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부진, 저유가 충격 등이 한국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이다. 이러한 악재들은 연초부터 중첩되며 세계적으로 자산가격 하락 등 금융 충격이 발생하고 후 폭풍 역시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하나는 우리 내부적으로 저성장 위험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과연 어떤 변화를 시도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정부가 서두르며 진행하는 기간산업의 구조조정, 재벌개혁, 노동개혁 등 큰 그림에서의 변화와 함께 국민적 합의를 이끌 수 있는, 그리고 미래 성장을 위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기업들의 노력이 선행되고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제도개선이 맞물린다면 국내 기업들은 현재의 위험을 딛고 또 한 번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대한 저성장 위험에 대한 우려가 2016년 벽두부터 확산되며 위기론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한번 더 생각해 보면 금년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제의 회복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고 걱정거리인 중국 경제 역시 연착륙에 성공하며 소비 중심의 회복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는 전망이 아직은 우세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한국경제 역시 개선될 것이다. 한국 경제가 현재의 우려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아니, 그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거꾸로 현재 시기는 좋은 투자시기 일 수 있다. 걱정보다는 거시적, 미시적 관점에서 우량 기업과 자산들에 대한 가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기회는 늘 위기에서 오는 법이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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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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