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팔고 또 파는' 해운업계…'정부지원 절실'

"위기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선사 경쟁력으로 이어져"

입력 : 2016-01-21 오후 3:06:22
해운업계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정부가 개별회사의 유동성 문제는 자체 해결하라며 양대선사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가운데 업계는 '해운업' 이라는 기간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주길 바라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내세운 이른 바 '부채비율 400% 룰'에 따른 유동성 확보 방안으로 현대상선(011200)이 벌크선사업부 매각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저녁 6시까지 현대상선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3분기말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980%다. 한진해운은 687%다.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 사진/현대상선.
 
현대상선은 자구안을 충실히 이행해왔다는 입장이다. 현대상선은 LNG운송부문 현대로지스틱스 등이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컨테이너박스와 부산 싱항 장비 매각 등을 통해 총 3조5822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자구안의 108.6%를 달성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한진해운(117930)은 비주력 사업부 및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총 2조3532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행률은 119%에 달한다.
 
이들은 정부가 해운업의 중요성을 제고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장기불황 속에서 정부 지원 여부가 국가 경쟁력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쟁국에 비해 정부 지원이 미흡해 글로벌 시장에서 뒤떨어질 것이라는 위기론도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독일은 Hapag-Lloyd에 18억 달러의 지급보증을 섰고, 지방정부인 함부르크시도 이 선사에 7억5000만 유로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덴마크 역시 MAERSK에 62억 달러의 금융을 차입하고, 수출신용기금을 통해 5억2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지원으로 몸집을 불려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선사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들은 정부 유동성 지원으로 불황기를 넘고, 심지어 이 시기에 중소형 선사를 사들여 세를 늘려가기도 한다"며 "반면 우리 선사들은 터미널이나 선박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위기를 넘고 있어 미래 성장동력을 저해하고 있는 꼴"이라고 전했다.
 
선사에 대한 정부의 조치와 지원은 화주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정부가 선사에 뒤를 받쳐준다는 시그널이 되어 화주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고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가전략물자 100%를 운송하고 유사시 제4군의 역할을 하는 해운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해운산업이 우리나라 안보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만큼 국적선사 존재는 필수적이고,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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