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선영기자] 달러가 16년 만에 처음으로 엔보다 싸지면서 달러를 빌리는 시대가 개막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미국 달러화를 빌리는 것이 일본 엔화를 빌리는 것보다 더 싸지면서 본격적인 달러 캐리 시대가 도래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일본은행은 제로수준의 금리를 유지해 투자자들은 싼 이자로 엔화를 빌려 고이율 통화에 투자해 왔으나 미국 FRB가 몇달전 제로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하며 달러를 빌리는 것이 훨씬 저렴해졌다.
이번 주 들어 3개월물 달러 라이보 금리는 0.37188%, 동일 만기 엔 리보는 0.38813%를 기록하며, 1993년 5월 이후 처음으로 달러 라이보 금리가 엔 라이보 금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달러 라이보 금리는 4.81875%까지 치솟았지만, 세계 중앙은행들이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하락세로 기울어졌다.
WSJ은 “달러와 엔 리보 간 역전은 본격적인 달러 캐리 시대가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지난 1996년부터 2008년 초까지, 심지어 달러화가 다른 주요 통화대비 약세를 지속할 때 조차도 달러·엔은 100엔을 유지하며 엔캐리트레이드가 성행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투자자들은 엔 캐리 청산에 나서며 엔화가치는 상승햇다.
FRB가 적어도 내년 말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달러는 캐리 통화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올들어 달러화는 유로화 대비 2% 약세를 보였다.
모건스탠리는 26일 1.4255달러로 하락한 유로·달러가 내년 연말까지 1.60달러선까지 상승하며, 달러 가치의 추가 약세를 전망했다. 달러·엔도 현재 94엔 초반에서 101엔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데이빗 와이스 S&P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단기금리가 당분간 낮게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달러화가 강세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면서 "내년 11월 의회 선거까지 FRB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실제로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워낙 작고, 라이보 금리의 역전 현상을 추세적으로 보기 이르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달러 캐리에 나설 것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는 의견도 있다.
운 키엔 치아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전략가는 "일본은행(BOJ)이 FRB보다 더 늦게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조만간 달러 라이보 금리는 다시 엔 라이보 금리에 비해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