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 경치를 빌린다는 뜻이다. 멀리 바라보이는 자연 풍경을 집의 공간 구성 요소의 일부로 삼으니, 저 먼 산 능선이 또는 저 너른 들녘이 우리 마당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사진가 서용관은 강원도 평창 태기산 줄기에 있는 높은 집에 산다. 창밖으로 태기산과 어깨를 두른 산들이 원경으로 보이고 바로 아래로는 커다란 스키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이처럼이나 차경의 너비가 넓으니, 마당이 아니라 스스로 정원이라 부른다. 그래서 집에서 풍경을 바라기하거나 집 둘레 산줄기를 따라다니며 찍은 사진들로 묶은 그의 책 제목이 「내 정원이 너무 넓어요」다.
사진제공=아트코리아방송
그의 정원 안에는 수목이 가득하고, 고라니가 뛰어다닌다. 하늘이 열렸다 닫히고, 달과 별들이 자리바꿈을 한다. 또한 사계절이 지나간다. 여름이면 계곡에는 물안개가 가득 차오르고, 겨울이면 나무들이 푸른 이파리 속에 숨기고 있던 무성한 가지들을 내보인다. 눈 덮인 흰 봉분과 하얀 설원을 순식간에 미끄러져 내려가는 스키어들 역시 겨울의 풍경이다. 그의 거처가 평창이니, 이는 오롯이 평창의 풍경이기도 하다.
“봄에는 솟구치는 봄의 새싹에서 초록의 생명력을, 여름에는 물방울 피어오르는 거창한 운무에서 자연 유희를, 가을에는 단풍이 물들어가는 자연에게서 거룩함을, 겨울은 하얀 눈으로 뒤덮이는 자연 속에 파묻혀 지내면서 “내 정원이 너무 넓어요.” 라고 사진으로 외친다.“ 스승으로 도반으로 사진 공부를 도와 온 사진가 최광호가, ‘사진을 가지고 즐겁게 사는’ 서용관의 삶과 사진에 대해 한 말이다.
사진책 「내 정원이 너무 넓어요」에는 평창의 사계절 자연 풍경 외에도 그 풍경 앞에서 얻은 사유가 글로 담겨있다. ‘바라보다’라는 제목의 서문으로 시작해, 겨울 풍경은 ‘놀다’로, 봄은 ‘품다’ 여름은 ‘느끼다’ 가을은 ‘더불어 살다’ 등 사진과 글이 사계절별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곳곳에, 숲 해설가이기도 한 저자의 자연에 대한 지식과 지혜도 함께다.
책과 같은 제목의 서용관 사진전은 류가헌의 12번째 사진책 전시지원프로그램으로, 갓 출간된 저자의 사인본 책들과 함께 책 속에 담긴 사진들의 오리지널 프린트를 전시 형태로 만날 수 있다. 전시 2관에서 2월 2일부터 7일까지 열린다.
사진가 서용관
1955년생으로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났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를 졸업하고 1975년부터 20년 간 국가공무원으로 활동했다. ㈜ SPS, ㈜해피밸리, ㈜지온종합개발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현재는 ㈜에이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활동적인 일에 관심이 높아 테니스 권투, 스킨스쿠버, MTB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섭렵했고, 10년 전 평창에 삶의 터를 튼 이후로는 숲해설가, 평창군 올림픽해설사로도 활동 중이다. 81년도 한일사진대회에서 입선하는 등 오래 전부터 사진에도 관심이 두었다가, 평창에서 사진가 최광호 선생과 인연이 닿은 이후로 본격적인 사진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전시기간: 2016년 2월 2일(화) ~ 2월 7일(일)
장 소: 류가헌 (서울 종로구 통의동 7-10 /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