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Peer to Peer)대출이 낮은 금리와 편의성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명확한 규제안이 없어 대출자가 채무를 불이행하거나 업체가 부도가 났을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할 수 있는 데도, 대응책 마련에 소극적이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미국이나 일본, 중국의 P2P대출 규제 사례를 참고해 우리에게 맞는 소비자 보호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P2P대출 규제 도입이 늦어지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P2P대출의 규모가 짧은 시간 동안 급증했지만, 관련 규제나 소비자 보호장치가 없어 사고가 발생해도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처 현판. 사진/금감원
모비인사이드에 따르면 지난 12월18일 기준 국내 대표적인 개인신용 P2P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업체인 8퍼센트, 렌딧, 빌리, 펀다, 어니스트펀드의 총 누적액은 약 195억900만원에 달했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 이슈로 P2P대출 규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라며 "피해나 사고 사례가 없어서 정부도 굳이 나서지 않는듯한데, 사고 발생 여부를 떠나서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 방안은 나와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P2P대출은 개인이 자금을 대서 다른 개인에게 대출해주는 방식인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에 속한다. 대출형이긴 하지만 은행 예금이 아닌 만큼 대출해 준 돈을 받지 못할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현재 P2P대출을 규정하는 법이 없어서 대다수 P2P대출업체는 대부업 자회사를 연계한 형태로 영업하고 있다.
P2P대출 규제 공백기라 대출자의 채무불이행이나 P2P업체의 횡령·사기·부도, 채권추심 업무 등 책임 소재를 묻는 것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소한의 규제를 도입한 중국이나, 소비자대출 면허를 부여 중인 영국 등 해외 사례를 본따 우리만의 소비자 보호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P2P대출은 나온 지 4년이 넘은 사업이라 이제까지 규제가 없다는 것은 늦장대응으로도 볼 수 있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 미국과 영국 중국 중 어떤 모델을 선택할지 서둘러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주영 금융위 투자금융연금팀장은 "지금은 규제 도입 시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P2P대출 시장이 성숙되지 않는 상태에서 규제가 들어가면 오히려 힘들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