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 환경과 고액연봉, 질 높은 사내복지 등으로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들의 연봉 현황이 공개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24일 기획재정부로부터 ‘2015년 공공기관 현황 편람’ 자료를 제출받아 총 316개 공공기관의 2012∼2014년 3년 평균 기관장 연봉과 직원 1인당 연봉, 신입사원 초임 연봉 등을 조사해 발표했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투자·출자나 재정지원 등으로 운영되는 기관으로 316개 공공기관에는 시장형 공기업(14개), 준시장형 공기업(16개),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17개),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69개)과 기타공공기관(200개) 등이 포함됐다.
우선 상위 10대 공공기관장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올해 연봉 2억1210만원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곳은 중소기업은행으로 3년 평균 은행장 연봉이 4억7051만원이었다. 이어 한국수출입은행장(4억5964만원), 한국산업은행장(4억4661만원), 한국투자공사 사장(4억2864만원)도 4억원을 넘겼다.
직원 1인당 연봉은 한국투자공사가 3년 평균 1억384만원으로 수위를 차지했다. 한국예탁결제원(1억83만원), 한국기계연구원(9866만원), 한국원자력연구원(9702만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9513만원)이 뒤를 이었다.
신입사원 초임 연봉은 항공안전기술원이 3년 평균 442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4315만원), 한국연구재단(4296만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4270만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4226만원) 등도 초봉이 높은 기관으로 꼽혔다.
공공기관 기관장들이 고액 연봉을 수령하고 있지만, 막상 경영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말 기준 부채규모는 중소기업은행이 204조원, 수출입은행 6300억원, 산업은행 247조원, 투자공사 462억원이었다.
여기에 몇몇 공공기관은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실적이 저조하고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도 낮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임직원들의 평균 연봉을 매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한국농어촌공사의 경우 2013년 청렴도 평가 5등급(매우 미흡), 2014년 4등급(미흡)으로 평가받았고 2012~2014년 부채도 매년 증가했지만 기관장 연봉과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3년 내내 상승세였다.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해양수산연수원,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광해관리공단,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등도 상황은 비슷해, 청렴도 평가는 4·5 등급으로 미흡했고 경영실적도 C등급으로 평범했지만 기관장 연봉이나 상임이사 연봉이 3년 내내 인상된 기관이라고 의원실은 지적했다.
이 의원은 “상당수의 공공기관이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작 기관장은 대통령 연봉을 능가하는 고액 보수를 챙기고 있는 실정”이라며 “공공기관 부채를 세금으로 메워주는 만큼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손질을 통해 국민 혈세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4년 5월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