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상장기업의 책무와 IR

입력 : 2016-01-26 오전 6:00:00
김재준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
'IR(Investor Relations)'은 상장기업이 투자자에게 경영활동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여 주식시장에서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위한 활동을 통칭하는 말이다. '공시'가 법령에서 정하는 최소한의 사항을 수동적으로 알리는 것인 반면, IR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보다 심층적이고 폭넓은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나 주요 투자자들과의 일대일 미팅 등이 대표적인 형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 자금조달이 은행에 편중되었던 1980년대까지는 IR에 대한 인식이 미미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해외 투자자의 국내 자본시장 참여가 확대되고 직접금융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I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됐다.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투자 의사결정 기준이 되는 기업의 미래 현금창출능력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계량실적 중심의 단편적인 공시보다는 기업의 기술력이나 장래 사업계획의 현실성 등 질적인 요소에 대한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보다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 상장기업의 IR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상장기업 중 연간 1회 이상 IR을 하는 회사의 비중은 20% 내외에 불과하다. 특히 중소기업 중심의 코스닥시장은 2015년 17.7%로서 유가증권시장의 22.5%에 비해 IR 부족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상당수의 기업들은 상장이후 한 차례도 IR을 하지 않았으며 기관투자자들의 기업탐방을 거부하는 기업도 있다.
 
물론 인력 부족 등 여러 가지 현실적 원인들이 있겠지만 이러한 기업 운영방식은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손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IR활동을 하지 않으면 투자자는 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는 기대하기 어렵다. 반대로, 오랜기간 동안의 지속적인 IR을 통해 기업과 투자자간에 두터운 신뢰관계가 형성되면, 이러한 투자자들은 회사에 일시적인 어려움이 찾아오더라도 기업을 믿고, 기업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코스닥시장에서 나름대로 자리잡고 있던 기업들이 한 두가지 악재에 허무하게 무너졌던 사례들을 떠올려 보면 지속적이고 꾸준한 IR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또한 IR은 상장기업의 의무이기도 하다. 기업은 상장을 통해 낮은 비용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신뢰도 가 향상 및 우수한 인재 확보 등 유·무형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이러한 상장 효익에 대하여 기업이 부담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의무가 바로 기업의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다. 이는 개별기업과 그 기업 투자자뿐만 아니라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효율적 정보와 이에 기초한 투자 메카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결국 자본시장의 근간이 흔들리고 기업의 자금조달 기회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국 등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IR을 통한 기업과 투자자간 소통의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신제품 출시 프리젠테이션은 최근 개봉한 영화의 소재가 될 정도로 투자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많은 기업들이 IR전용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투자자와 IR 담당자간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고 있다. 미국내 기관투자자의 30% 이상은 투자결정 전에 기업 경영진을 3회 이상 만난다고 얘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현실과는 큰 차이가 있다.
 
작년도 IR을 실시한 108개 코스닥기업의 연간 주가상승률을 살펴보면, 49.1%를 기록하여 지수상승률 25.7%를 훨씬 초과하였다. 데이터를 통해서도 IR 효과가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IR은 정당한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위한 정공법인 동시에 투입대비 산출 측면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것이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IR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IR 희망기업에 대해 장소는 물론 투자자 섭외, 행사 지원 등 일련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제 우리 상장기업들도 투자자를 기업 발전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보다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시장의 불신을 불식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냉엄한 시장의 평가는 물론 생존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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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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