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장기주택마련저축(장마저축)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밝히자 은행권이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만기가 될 때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며 가입을 독려했지만, 소득공제가 폐지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난감한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가입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데다 정치권도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어 입법예고 기간 중 법안에 어느 정도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은행권 장마저축 비상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시중은행 장마저축 담당자들은 명동 은행회관에서 장마저축 소득공제 폐지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은행권의 의견을 정리한 뒤 조만간 기획재정부에 소득공제 폐지와 관련한 건의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장마저축은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또는 3억원 이하) 1주택 보유자가 가입할 수 있으며 이자 · 배당소득에 대해선 비과세 혜택을 준다. 특히 매년 납입금액의 40%(연간 최대 300만원)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직장인들 사이에서 절세상품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그러나 정부는 '2009년 세제개편안'에서 내년부터 장마저축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이자 · 배당소득 비과세 일몰시한은 오는 2012년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비과세는 유지됐지만, 정작 '알맹이'인 소득공제 혜택이 사라진 것이다. 특히 소득공제 폐지를 소급적용했기 때문에 기존 가입자들도 내년부터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 가입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입자 상당수가 '내집 마련'보다는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장마저축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 가입자들 강력 반발
의정부에 사는 직장인 이모(35, 3년 전 가입)씨는 "장마저축은 월급쟁이들의 중요한 '세(稅)테크' 수단인데, 이렇게 일괄적으로 소득공제를 폐지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일부 계층이 장마저축에 중복가입하는 게 문제라면 가입계좌수 제한을 두면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은행권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7년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상품을 판매했지만, 정부 방침이 발표되면서 졸지에 '거짓말쟁이'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
당초 장마저축에 대한 소득공제와 비과세 혜택은 올해 말 없어질 예정이었다. 세제혜택이 사라지더라도 기존 가입자에 대한 혜택은 그대로 유지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정부는 소득공제 혜택 폐지를 '소급적용'하기로 했다. 만기 때까지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서둘러 가입해야 한다고 독려한 은행들은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예금이탈 현상도 우려되고 있다. 장마저축의 경우 소득공제를 받은 사람이 가입한 지 1년 안에 해약하면 가입금의 8%를 추징당한다. 5년 안에 해약하면 4%가 추징된다. 또 그간 면제받은 이자 · 배당소득세도 토해내야 한다.
그러나 비과세 혜택을 감안하더라도 장마저축은 금리는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소득공제 혜택이 사라지면 해약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고금리 예금 등 다른 상품에 눈길을 돌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서민 상품 공제 폐지는 부당"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기 7년은 비교적 장기간 자금을 안정적으로 끌어올 수 있는 기간이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중요한 영업기반"이라며 "정부가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한 만큼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은 전반적으로 이번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오제세 의원(기재위)은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부자들이 받은 감세혜택을 서민들이 메우게 하고 있다"며 "특히 장마저축 등 서민들에게 긴요한 상품에 대해 소득공제를 폐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기재위 조세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도 "소득공제 폐지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접수되고 있다"며 향후 국회에서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장마저축에 대한 정부의 소득공제 폐지방침이 어떤 식으로든 수정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장마저축 소득공제 폐지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정부도 가입자들에 대한 구제방안을 마련 중이다. 해약에 따른 추징세액을 감면해주거나 일부 저소득층 가입자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유지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선 재정부 세제실장은 "입법예고 기간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바람직한 대안을 내놓겠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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