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로 조선과 해운업이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산 매각과 공장가동중단 등으로 위기를 넘기고 있지만 글로벌경기침체라는 파고를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선박 공급 과잉에 따른 운임하락으로 인한 해운 침체와 수주환경 악화로 당분간 업황 회복은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25일
현대상선(011200)에 따르면 벌크선 전용 사업부를 에이치라인해운에 매각키로 했다. 에이치라인해운으로부터 1000억원의 현금을 받고 부채 5000억원을 넘기는 조건이다. 현대상선의 벌크선 전용사업부는 포스코와 한국전력공사, 글로비스 같은 특정 화주와 장기운송계약을 맺은 선박을 운영한다. 현재 14척의 벌크선대를 보유하고 있고, 6척의 발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이 사업부는 현대상선 벌크부문매출의 약 15~20% 가량을 차지한다. 이는 현대상선 전체 매출의 약 3% 가량을 차지해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고정적으로 창출되는 안정적인 이익구조를 갖고 있다.
업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현대상선이 안정적인 매출을 가져다주는 벌크선 전용사업부를 매각키로 한 데 대해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방편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정부 차원의 유동성 지원이 목마르다는 얘기다. 현대상선은 빠른 시일내로 자구계획안을 채권단에 제출할 예정이다.
금융위기 이후 자산매각 등으로 버텨오던 국내 해운업계는 업황 개선을 기다렸지만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벌크선 운임지수 (BDI)는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해 역사적으로 최저점 수준인 400P이하로 떨어졌다. 한때 1000을 훌쩍 넘겼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700대에 머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면서 시황 약세와 함께 실적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선복량 과잉 해소와 운임회복에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009540)은 최근 해양 플랜트 수주 물량이 부족해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의 해양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해양2공장은 20만㎡ 규모로 고르곤(Gorgon)프로젝트에 투입될 모듈 등을 건조해왔다. 최근 주요 프로젝트가 완료되면서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2공장 부지는 자재나 장비 적재 장소로 이용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을 기록해야 수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른바 조선 빅3중 해양플랜트 물량 감소로 공장가동이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공장가동 중단 사례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지난해 이후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면서 오일 메이저들의 신규 투자 여력이 떨어져 해양플랜트 발주도 크게 줄었다. 다만 상선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LNGC등 일부 선종의 수요가 기대되지만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보여 올해도 수주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해양2공장 가동중단은 해양플랜트 수주에 관한 시그널이 온 것이고, 이에 대한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럽발 유동성 지원이나 이란 제재 해제로 인한 선박 발주 기대감을 가져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용터미널에 컨테이너선이 접안 중이다. 사진/현대상선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