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침에 따라 지난해 일부 은행이 적극 지원에 나선 소상공인 전환대출이 기대 이하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이용 자격 기준을 높여 신청조차 못하고 포기한 소상공인들이 많았던 탓이다. 또한 올해도 이같은 기준 완화 없이 규모만 키워놔 20%에 달하는 소상공인 고금리 대출을 7% 수준으로 낮춰주겠다던 정부의 공언이 무색해졌다. 더욱이 현장에서는 '무늬만 소상공인 지원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은행권의 전환대출은 165건에 그쳤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예측한 수요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2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이 확정될 때만 해도 기획재정부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상공인이 1만4000명에 달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대출 총액은 32억8600만원으로 목표로 했던 1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전환대출의 요건으로 제시한 자격조건이 너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상공인공단이 내놓은 자격조건을 보면, 제2금융권에서 연 1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 중이고 최근 6개월 이내에 연체이력이 없는 신용등급 4~5등급의 개인사업자여야 전환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비슷한 목적으로 도입된 '햇살론'에 없는 진입 장벽도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가 넘는 소상공인은 전환대출을 이용할 수 없다.
이러한 대출 조건은 기획재정부와 중소기업청, 소상공인공단이 함께 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한 센터 직원은 "왜 신용 4~5등급만 고집하는 지 모르겠다"며 "대출 대상을 저신용자로 확대하면 손해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상공인공단과 전환대출 사업을 함께 하겠다고 나선 은행은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수협은행 등 3곳이다. 이 은행들은 지난해 부터 소상공인공단이 전환대출을 신청한 사람들의 자료를 넘기면 한 번 더 자격 요건을 검토하는 업무를 담당해왔다.
소상공인 전환대출은 '대출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상인들을 돕기위해 지난해부터 실시됐다. 지난 2014년 12월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설치를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관련 사업이 본격화된 것이다.
현재 소상공인 전환대출 사업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중단된 상태다. 소상공인공단 측은 기존에 협약을 맺은 은행 3곳과 함께 새롭게 전환대출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자격 조건 4~5등급은 이번에도 그대로 이어지되 DTI는 40%에서 60%로 확대할 예정이다. 대출 목표액은 1000억원이다. 지난해 목표치인 100억에서 10배 올라간 것이다.
그러자 은행권 일각에서는 대출 조건을 거의 그대로 묶어놓고 목표만 늘리면 되겠냐며 쓴소리를 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처음부터 대상 고객층을 너무 한정해 놓고서 대출액을 늘리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한편, 소상공인공단 관계자는 "더 낮은 등급까지 대상을 확대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러면 사고 위험이 커지니 고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신용등급 기준은 바뀌지 않지만, DTI 범위는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