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일부 국회의원들이 겸직 금지 원칙을 무시한 채 체육단체장을 맡고 있는 가운데 오는 3월 체육 단체 통합이 이뤄지면서 이러한 '자리 지키기 논란'도 사라질 전망이다.
현행 국회법 제29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등 공익목적의 명예직을 제외하고는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 이에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2014년 10월31일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 결과를 토대로 체육단체 겸직 금지 의원 명단을 통보했다.
하지만 이들 중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대한컬링경기연맹)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대한태권도협회)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한국에어로빅체조연맹) ▲신계륜 더불어민주당 의원(대한배드민턴협회) ▲염동렬 새누리당 의원(대한바이애슬론연맹)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대한카누연맹)▲장윤석 새누리당 의원(대한복싱협회)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대한하키협회) 등 8명의 국회의원은 여전히 체육단체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턱대고 버티면서 잇속 챙기기에 바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김태환 의원의 경우 오는 31일을 끝으로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어 국회의원이 체육단체장을 맡는 종목은 8개에서 7개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김재원 의원이 지난해 5월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직을 사퇴한다고 말했음에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등 일부 의원은 쉽게 물러나지 않는 모양새다.
국회의원이 체육단체장을 맡을 경우의 장점도 있다. 해당 단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면에서 일부 비인기 종목이나 자생력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오히려 국회의원 단체장을 환영하는 편이다. 때로는 국내 체육 전체의 질을 높이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일괄적으로 의원들이 체육 단체장을 못하게 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일부 단체에서는 운영을 잘해 성과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실제 지난해 2월 하키인 3000명은 단체 서명을 한 청원서를 통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홍문표 의원에 대한 사직 권고를 철회해 달라고 하기도 했다. 당시 하키인들은 "홍문표 의원이 2009년 대한하키협회 취임 이후 많은 발전을 이끌어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체육 단체를 표밭으로 이용하거나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활용한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나온다. 외부 힘을 이용해 지나치게 자신의 체육 단체에 힘을 실어주고 이를 표로 맞바꾼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안에서 도는 소문으로는 어느 국회의원 단체장의 경우 해당 종목 규칙도 모른다는 소리가 있다"며 "실무진 사이에서는 임기만 채우면 사라질 사람이라는 묘한 분위기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논란도 이제 종식될 전망이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을 추진 중인 통합준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국회의원의 종목 단체 임원 선임 금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통합준비위원회는 이를 통합체육회 정관에 명문화해 오는 3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법적 효력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될 경우 지금 체육단체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물러날 수밖에 없다. 통합준비위원회 측은 "종목 단체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스포츠에이전트인 장달영 변호사는 "지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분들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면서 "앞으로 통합체육회 출범 이후 관련 규정이 시행되면 아예 20대 국회의원부터는 회장직을 맡을 자격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사실 국회의원의 체육 단체장 활동을 깊이 들여다보자면 성과보다 폐해가 더 많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아예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를 토대로 체육 단체장에 오르지 못하도록 막은 것으로 본다"면서 "단기적인 예상으로는 통합체육회가 출범한 뒤 행정문제 등 여러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선수 출신이든 행정을 잘하는 사람이든 시간이 지나면서 딱 맞는 해법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관측했다.
언론인이자 저서 '스포츠와 정치'를 쓴 고광헌 한림대 교수는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면 일부 경기 단체가 자생력이 부족하다는 것 때문에 국회의원 단체장을 내세울 수 있다"면서도 "힘 있는 권력자를 세워서 도움을 받는 것과 일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기인 출신의 행정가 중심으로 자생력을 키우는 것은 다르다"고 꼬집었다.
이어 고 교수는 "세계적인 추세를 보더라도 올림픽을 해본 나라들은 전부 수십년 전부터 경기인 출신들이 스포츠 단체를 조직하면서 리더십 있는 행정가 체제로 변했다"며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지 못하는 데서 오는 체육인들의 의존근성들이 길어지면 이게 하나의 DNA처럼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오는 31일을 끝으로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밝힌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