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로봇 저널리즘에 거는 기대

입력 : 2016-01-31 오후 12:00:00
지난해 개봉한 영화 <엑스 마키나(Ex Machina)>는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AI) 로봇이 사람처럼 자의식을 가질 수 있는 지 실험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다.
 
모든 사전 정보를 배체한 채 인간과 AI가 주고받는 대화만으로 판단하면 상대방이 로봇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힘들 정도로 사람과 비슷하게 만든 창조물 앞에서 인간은 혼란스럽다. 인간의 질문을 되받아쳐 오히려 질문을 하는 AI 앞에서 사람은 당혹스러워진다. 인간과 AI의 경계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요즘 국내 언론계는 한 경제매체가 선보인 로봇 저널리즘이 화제다. 이 매체는 서울대 이준환·서봉원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기사 알고리즘을 적용해 매일 증권시장의 마감시황 뉴스를 내보내고 있는데, 기사 내용은 수급주체별 매매현황과 주요 종목의 주가변화 등을 요약하는 수준이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실 미국의 LA타임스, 로이터 등 해외 언론은 이미 수년 전부터 로봇 저널리즘을 활용해 지진, 스포츠, 날씨 관련 속보 기사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우리나라는 도입시기가 한 참 늦은 셈이다.
 
그럼에도 로봇 저널리즘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기계(프로그램)를 활용한 기사쓰기 수준이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단순한 통계자료를 집계하고 간단한 판단을 하는 정도지만, 알고리즘 기술의 발전은 갈수록 인간에 가까운 글쓰기를 가능케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든 AI가 사람처럼 기사를 쓰는 것이 언제쯤 가능할 것인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앞으로는 기계도 쓸 수 있는 기사를 쓰는 ‘사람 기자’는 필요가 없어질 것이란 점은 분명해졌다.
 
단순한 통계자료와 보도자료를 누가 먼저 쓰느냐를 놓고 경쟁했던 국내 언론의 무의미한 속보경쟁도 퇴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보다 더 정확하고 훨씬 빠른 속도로 기사를 써내는 로봇 기자가 기계적인 글쓰기를 빠르게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로봇에 자리를 내 준 기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구조조정에 내몰리는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단순한 속보경쟁에 내몰렸던 기자들이 본연의 기획취재 활동과 심층보도에 집중하는 계기로 활용하면 로봇 저널리즘은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언론계에 부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기자와 언론사를 모두 구원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소망한다.
 
정경진 기자 shiwal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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