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재판에서 증인을 직접 신문한 데 이어 검찰까지 직접 견제하고 나섰다. 통상적인 법정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장준현) 심리로 열린 이 전 총리에 대한 5차 공판기일에서 이 전 총리는 검찰 측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찰에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취지를 분명해달라"고 반발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증인으로 소환된 자신의 비서관 김모씨를 상대로 검찰이 "같은 당 현직 의원들이 출마한 후보에 대한 선거자금으로 100만원씩 가져다주는 관행이 있느냐"는 취지로 물은 데 대해 "통상 품앗이로 100만원을 주냐는 질문은 굉장히 중대한 발언"이라며 "발언에 대해 주의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증인을 상대로 신문하는 데 대해 피고인으로서는 아무런 이의가 없다"면서도 "검찰이 증인에게 질문하는 과정에서 '25명의 국회의원이 선거사무소에 갔으니, 2500만원이 갔을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이 재판부에 이의를 제기하려고 하자 이 전 총리는 "제 말씀이 끝난 다음 말해 달라"며 "검찰이 김 비서관이 이 전 총리의 선거자금 관리에 개입했다는 취지로 꺼낸 8000만원 얘기는 제가 선거 출마의사를 밝히기도 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검사가 신문하는 것은 '예를 들면 그렇다'는 취지이며, 증인이 답변하면 되는 것인데 피고인이 검사의 신문력에 대해 사과하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전 총리는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취지를 분명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고, 재판부는 "검찰 측에서는 1인당 100만원을 기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그 정도는 계산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질문한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며 상황을 정리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기일 증인으로 나와 "이 전 총리 측이 회유와 협박을 해 왔다"고 말한 전 운전기사 윤모씨 진술의 신빙성을 깨기 위해 윤씨가 "김 비서관을 충남도청 개청식에서 봤다"고 주장한 날 김 비서관은 그날 자리에 없었음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 전 총리는 "GPS 기록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그날 천안과 부여에 있었다"며 이날 증인으로 나온 김 비서관에게 "그 얘기를 분명히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검찰 측은 해당 GPS 기록이 조작될 수 있다고 반박했으나 이 전 총리는 "그러실 것 같아서 제가 구글 측으로부터 확인서를 하나 받아놨다"며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총리 측 변호인이 참고자료로 제출한 구글 GPS 타임라인을 자체 시뮬레이션하고 "위조 됐다기 보다 변경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망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5차 공판을 받기 위해 8일 오전 서울 중앙지법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