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8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국제고등학교 생물실에서는 플라스틱 점자 동화책을 만드는 3D프린터 제작 작업이 한창이었다. 동탄국제고 자율동아리 ‘준브레일’은 ‘차별없는 동화책’을 고민하며 시각장애아동들을 위한 플라스틱 점자 동화책을 만드는 3D프린터를 창업 아이템으로 선정했다. 기존의 점자동화책의 가격의 절반도 되지 않아 접근성을 높인 점, 종이 점자 동화책은 찢어질 수 있고 손가락을 벨 수도 있는 반면에 플라스틱 점자 동화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동시에 손상됐을 경우 수리가 쉽다는 점, 그리고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옥수수와 사탕수수로 만든 소재라 환경호르몬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는 점 등에서 학생들의 세심한 고민이 엿보인다.
‘준브레일’ 대표 김민준 학생(1학년)은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창업을 경험해보기는 매우 어려운데, YEEP을 통해 창업과 기업 운영의 실제 환경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교육과정에서 배울 수 있었던 내용도 만족스러웠고, 조원들의 역할분담이 잘 됐다. 구성원의 의견이 다른 경우도 있었지만, 회의를 거듭하며 조정해가는 과정도 재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준브레일’은 고등학교 부문 온라인 예선을 1위로 통과해 본선을 준비하고 있다.
'준브레일’ 대표 김민준 학생(동탄국제고등학교1학년)이 플라스틱 점자 동화책을 만들기 위한 3D프린터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KSRN
YEEP(Youth Entrepreneurship Experience Program: 청소년 기업가 체험 교육 프로그램)은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주관하는 청소년 기업 체험교육 사업이다. 가장 바람직한 진로는 스스로 찾아 나가는 것이라는 기치 아래, YEEP에서 참여 학생들은 창업, 기업, 시장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바람직한 진로의식과 도전정신을 키울 수 있다. 지난해엔 200여 개의 일선 중·고등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됐으며, 올해 전국 중학교의 자유학기제 도입과 창의적 체험활동, 그리고 고등학교 자율동아리 활동 등과 연계해 학생들은 또래들과 함께 창업, 또는 기업운영을 체험할 수 있다.
학생들은 주체적으로 문제해결 과정에 참여해 토론과 소통, 때때로 실패를 통해 배운다. 교단에서 수업하는 일상적인 교과목과 달리, YEEP의 지도교사는 학생들 조력자 역할로 물러선다. YEEP의 교육과정은 크게 ‘또래 퍼실리테이션’, ‘청소년 기업가체험’, 그리고 ‘가상 학생기업 설립 및 활동’ 순으로 진행된다.
‘또래 퍼실리테이션’은 ▲세련된 발표 ▲좋은 경청 ▲매력적인 중재 등으로, ‘청소년 기업가체험’은 ▲개인 창업 제품 아이디어 발표 ▲창업 아이템 선정 기준 토론 ▲모둠별 최종 기준 정하기 토론 ▲최종 선정 기업 이름 정하기 ▲가상 창업 아이템 제품 이름 정하기 ▲비전 토론 및 비전문 작성 ▲과제 (전략) 토론 및 전략문 작성 ▲마케팅 토론과 마케팅 계획 ▲홍보 컨텐츠 작성 실습 ▲광고 제작-포스터ㆍCF 만들기 ▲사회공헌 디자인하기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가상 학생기업 설립 및 활동’ 꼭지에서는 ▲회사 소개서ㆍ제품 소개서 작성 ▲주주총회 입문 및 준비 ▲모의 주주총회 ▲협조 기업 발굴 및 전략 체험 등의 내용이 마련이 마련됐다.
지난해 12월 21일 경기도 성남시 성일고등학교 발명반실에서 있었던 ‘유레카(대리기사와 고객이 서로 믿을 수 있는 안전한 대리기사 어플리케이션인 ‘대리스트’ 기획)’의 동아리 회의에서 지도교사 이세훈씨는 “온라인 교육 자료를 참고해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미션을 수행할 수 있게끔 만든 프로그램이 새로웠고, 교육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율동아리 활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창업 경진대회 진출, 그리고 대회를 준비하고 겪으며 구체화한 아이디어로 특허까지 낼 수 있다는 점이 학생들에게 동기가 부여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한, “교육 자료의 내용이 조금은 단순했다. 동영상을 추가해 교육 자료의 질적 향상을 이끌면 더 좋을 것 같다”며, 방학은 학생들에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학기 중보다 많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교사들이 부재중일 때가 많고 교사에게는 나름대로 바쁜 시기라서 프로그램에 함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아쉬운 부분도 지적했다.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에 만족했지만, “창업의 성공적인 예시뿐만 아니라 실패한 예시도 구체적으로 제시되면 기획하고 진행하는 데에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반적인 학교 수업과는 달리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문제점을 찾아가는 회의와 토론ㆍ토의가 익숙하지 않아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다”, “광고나 CM송을 기획하는 부분은 처음 접하는 분야라 처음에 시작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YEEP에서 청소년 창업에 멘토링을 맡은 정연지씨(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4년)는 “청소년들의 정제되지 않았지만 발랄한 창의성을 목격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9일에 발표된 창업경진대회 온라인 예선 심사 결과, 본선 진출이 확정된 동아리는 ▲BIT ▲I.O.C ▲S³ ▲TTS(Think Tank of Sahmyook) ▲WAY(We Are Young) ▲나온누리 ▲비전 ▲스티머(STEAMER) ▲우산사이 ▲찬누리(todoboli) 등 중학교 10개팀(정렬 기준은 가나다순), ▲ALLSO ▲E-big(익스큐즈미) ▲E-big(핑거스) ▲GD Class ▲InHop ▲Pkin ▲Redy! ▲SQUARE ▲Terminal ▲다온하제 ▲뚝딱이 ▲발광 ▲봄클 ▲소크라 창업동아리 ▲오디(OD) ▲유레카 ▲응답하라1999 ▲입신출세 ▲준브레일 ▲헤이스 등(가나다순) 고등학교 20개팀을 포함, 총 30개 팀이다. 예선을 통과한 이들 동아리는 오는 2월 18일 국민대에서 본선를 치른다.
김용재 KSR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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