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미·중 우려 해소가 통일외교의 시작"

이종석 “공허한 외교 보다 남북 대결 완화 시도 선행돼야”

입력 : 2016-01-31 오후 2:15:22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과 통일외교를 강조하고 '북한 핵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통일'이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통일외교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 장관)은 “통일은 남북 당사자가 해결해야 할 사안인 동시에 국제적인 성격을 띤 문제”라며 통일을 위한 외교를 한다면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전 장관이 지난 27일 발표한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국제질서’라는 논문에 따르면 동북아 각국은 한반도 통일에 대해 정치·안보적 측면에서 상당히 우려하고 있으며, 특히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 형성을 둘러싸고 각축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특히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자국 안보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그 핵심은 향후 수립될 통일 정부가 ‘과연 미국의 동맹으로 남을 것인가’와 ‘주한미군의 변동 가능성’이다.
 
미국이 이런 우려를 하기 시작한 것은 한중관계의 빠른 발전 때문이다. 미국은 통일 정부가 전통적인 한미동맹을 포기하고 친중, 혹은 중립상태로 이동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 통일이 그간 북한 억제를 이유로 주둔했던 주한미군의 한반도 철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그로 인해 미국이 ‘북미관계 개선’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도 나온다. 북미관계의 정상화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 중 하나지만, 중국을 의식한 미국이 한반도 통일보다 분단이라는 ‘현상유지(status quo)’를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이해관계는 좀 더 복잡하다. 중국은 한반도 통일이 경제적으로 봤을 때 동북아 정세의 안정을 가져오고, 특히 중국의 동북 3성(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 중심으로 상당한 이익을 발생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치·안보 측면에서는 미국과 정반대 이유로 통일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고, 향후 등장할 통일 정부 역시 한국처럼 미국의 동맹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즉 한반도 통일은 중국의 입장에서 일종의 ‘전략적 완충지대’인 북한을 잃는 것을 뜻한다. 대신 미국의 강력한 동맹인 통일 정부와 국경을 접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 압록강변에 주둔한 미군을 중국이 직접 마주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뜻한다.
 
이 전 장관은 “따라서 이러한 주변국의 상충적 우려를 해소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외교적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북아 공동안보 등 다자협력 지향의 한미동맹 추구 ▲누적적이며 체계적인 다차원 전략대화 추진 ▲한반도 통일에 우호적인 국제 민간네트워크 구축 ▲통일 정부의 ‘핵 포기 선언’으로 국제사회 지지·협력 확보 등을 구체적 정책 방향으로 제안했다.
 
다만 이 전 장관은 “주변국에 한반도 통일에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외교를 펼치기 위해선 우선 통일을 향한 한국의 주체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남북 간 군사적 대결관계 완화와 공동이익을 향한 협력이 필요하다"라면서 "이런 노력 없이 남북 대결 속에서 전개되는 통일 우호기반 조성 외교는 미국 등 우방에는 공허하게 보일 것이며 중국·러시아 등에는 흡수통일 시도로 비춰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7일 북한 핵제재 관련 회담 후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