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9개 금융 공공기관의 직원 68%에 강화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고 1일 밝혔다.
임 위원장은 이날 금융위에서 금융 공공기관 기관장들을 상대로 열린 '금융 공공기관 성과중심 문화 확산 간담회'에서 "금융 공공기관은 강화된 성과연봉제를 선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며 "임금체계 뿐만 아니라평가·교육·인사·영업방식 등 전반에 걸친 성과중심 문화를 모범적으로 정착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9개 금융 공공기관은 준정부기관인 예금보험공사, 캠코(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과 기타 공공기관인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등이다.
금융 공공기관에 도입되는 성과 연봉제 등 성과주의는 ▲성과별 차등화 ▲금융업무 전문화 ▲공공무분 선도 등 3대 원칙을 바탕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더 열심히 일할 동기가 부여되고 조직 전체의 성과도 높아질 것"이라며 "보수체계의 경우 기획재정부 '공운위'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토대로 하되,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고 있는 금융 공공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감안해 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하위 직급(통상 5급)과 기능직만을 제외한 전 직원에 대해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임 위원장은 "이는 성과연봉제 적용대상이 9배 수준으로 증가하는 것"이라며 "현재 전체의 7.6%인 1327명에서 68.1%에 해당하는 1만1821명으로 확대된다"고 했다.
공운위 권고안에 따르면, 금융공공기관이 속하는 준정부기관과 기타 공공기관은 공기업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지만 금융 공공기관은 가장 높은 공기업 기준을 적용토록 할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차하위 직급(4급)의 기본연봉에도 인상률 차등폭을 적용하는 것은 적용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노사 협의를 통해 금융권 전체를 선도한다는 취지를 살려주기 바란다"며 "성과연봉제가 형식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사실상 고정수당처럼 운영된 부분은 개선하고 집단평가와 함께 개인평가도 반영하고 비중을 높여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 "성과중심 문화가 정착되고 소속 직원에게 수용되기 위해서는 평가 시스템의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 등을 통해 직무를 분석하고 공정한 평가시스템 확립 작업을 추진해달라"고 했다.
다만 "지나친 성과주의가 과당경쟁 등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KPI(성과평가기준)에 고객만족도 같은 질적 지표를 확대하는 등의 보완조치를 함께 취해달라"며 "성과주의에 대한 직원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교육을 통한 개인발전의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승진과 전보 등 인사 운영에도 개인성과와 연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국민들이 보다 편하게 정책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수요가 있는 지역의 탄력 점포를 확대하고, 직원의 업무효율을 제고할 수 있도록 탄력근무제도를 적극 운영해야 한다. 관리자급 여성 인력을 육성하는 일에도 최선의 노력을 부탁
한다"고 했다.
임 위원장은 "일하지 않아도, 전문성이 없어도, 똑같은 대우를 받는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고 지속가능할 수 없다"며 "이제 기관장 여러분들이 금융공공기관은 그저 '무사안일한 고임금 분야'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과제를 완수해 주길 부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금융위가 금융 공공기관에 강화된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4대부문 구조개혁'의 연장선이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역량과 성과중심의 인력 운영을 위한 '2대 지침'을 발표했고, 기획재부 공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도 공공부문 개혁을 위해 연내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것을 공공기관에 권고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