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올해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던 '2단계 금융개혁'의 불똥이 금융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에 이어 추진하는 금융개혁의 첫걸음이자 마지막 완결 과제로 '성과주의'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금융 공공기관 9곳 직원들이 월급을 많이 받으면서 생산성은 낮다고 규정하고, 내년까지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못 박았다. 금융당국은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도 정면 돌파하는 '거친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일 예금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캠코)·주택금융공사·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예탁결제원 등 9개 금융 공공기관장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고 성과 연봉제의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금융 공공기관들은 전체 5등급 중 2급 이상 간부직에 한해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고 있으나, 이를 4급까지 확대해 성과에 따른 연봉 차이를 20~30% 이상으로 벌리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이를 적용하면 팀장급인 3급 직원의 경우 연봉 격차가 2050만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 공공기관들은 금융위의 지적 사항에 해당하는 사안을 연초부터 개선하는 등 납작 엎드리고 있는 모양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28일 단행한 상반기 정기 인사이동에서 여성 인력을 최연소 지점장·홍보팀장으로 전진 배치했다. 금융위는 성과주의 도입과 관련 금융 공공기관의 낮은 여성 인력 활용을 지적한 바 있다. 산은은 "파트장 이하 여성직원도 주요 부서에 전진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수출입은행도 기존 9본부, 3단, 1연구소, 39부·실이던 조직을 9본부 2단 1연구소 38부·실로 축소하는 등 슬림화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이날 단행한 정기인사에 대해서는 "연공서열이 아닌 업적과 능력에 기초한 발탁 승진을 확대했다"고 했다.
내부 분위기는 조직의 겉모습과는 다르다. 익명을 거듭 요구한 한 금융 공공기관 관계자는 "기업의 예로 들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00억원 올랐으면 임금을 더 주는데, 금융위가 추진하는 성과주의는 임금 총액이 정해진 상태에서 제로섬 방식으로 차등화해 지급하겠다는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개혁안들을 단 한 건도 입법화하지 못한 금융위부터 성과를 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책 추진이 소통 없이 추진된다는 점에서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성명서에서 "금융위의 성과연봉제 도입 강요는 노사가 자율로 결정해야 할 임금체계를 국가가 강제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심각한 관치 개입"이라고 성토했다. 홍완엽 금융노조 부위원장은 "임종룡 위원장의 취임 일성이 '현장과의 소통'이어서 노조는 환영 성명을 내기도 했는데, 이번엔 완전히 현장 목소리를 무시하고 대통령이 최근 성과주의를 강조하자 그것을 따라가는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임종룡 위원장의 행보는 더욱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1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세 보증금 투자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 금융개혁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임종룡 위원장은 최근 금융위 간부회의에서도 언론 등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인터뷰에도 적극 응하라고 지시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일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금융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