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편성한 교육청에 목적예비비 3000억원을 우선 지급하기로 한 가운데 어린이집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서울, 광주, 경기, 강원, 전북 등 5개 교육청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며 근본적인 보육대란 문제를 풀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국무회의에서 학교시설 개선을 위한 경비 등 목적예비비 3000억원 지출을 의결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2016년도 예산안에서 찜통교실, 노후화장실 개선 등 학교시설 개선 사업에 쓰이도록 배정된 예산으로 국고를 지급해 누리과정을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포함해 누리과정 전액 편성한 교육청에 예비비분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추경계획을 포함해 12개월치를 모두 편성한 교육청은 대구, 대전, 울산, 세종, 충남, 경북 등 6곳이다.
또 일부만 편성했거나 일부만 편성할 계획을 밝힌 부산, 인천, 충북, 전남, 경남, 제주 등 6곳은 교육청 예비비분의 일부만을 지원한 후 나머지는 미편성 예산을 전액 편성한 시점에 지원할 계획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 어는 한곳이라도 전혀 편성하지 않은 서울, 광주, 경기, 강원, 전북 등 5곳은 예비비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는 이들 교육청이 예산 편성 계획을 제출하면 지원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교육청은 더 이상 학부모의 불안과 교육현장의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조속히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박재성 사무국장은 "바람직하지 못한 방침과 이같은 정부의 결정에 매우 유감"이라며 "이는 국회에서 예산 편성에 대한 기본 취지에도 어긋난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의 교육발전을 위해 교육환경 개선과 지방채 발행을 쓰도록 편성하는 것이 기본 취지인데 이를 중앙정부가 자율적으로 교육청에 차등 지원하는 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사무국장은 "지난해 목적예비비 5064억원을 지원할 때만 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원아수하고 교부율 등을 50대 50으로 편성해서 일률적으로 내보냈다"며 "그러나 정부가 올 들어 차등 지원하는 것은 중앙정부 행정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목적예비비 제외대상인 서울, 광주, 경기, 강원, 전북 등 5곳은 "교육청에서 더이상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은 무리이며 법적으로도 정부가 직접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는게 맞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방침이다. 앞서 교육부에 제출한 추경편성계획서 내용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서울, 경기, 강원, 광주, 전북 등 교육감들이 오는 3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긴급 회동을 하고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들은 교육감과 기획재정부장관·교육부장관 등 정부 대표와 여·야 대표, 보육·유아 전문가, 교육재정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협의회는 누리과정 예산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지만 무산되고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간담회를 열었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점 등을 미뤄봤을 때 정부가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에 동참할 지도 미지수다. 또 동참해도 근본적인 보육대란 문제를 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누리과정 편성(계획) 및 목적예비비 지원 현황(단위 : 억원). 자료/교육부 제공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