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은 유행이 돌아왔다.
꽤 오래전 무책임한 누군가, 혹은 집단에서 시작된 방만함이 올해 최대 트렌드를 탄생시켰다. 이 아이템은 한번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자 요즘말로 ‘포텐’이 터져버리며 대방출 됐다. 그런데 참 재미있게도, 아니 한심하게도 이번 유행의 주재료는 역시 ‘컨트롤타워의 부재’ 였다.
대한민국에서 이 재료는 매개체만 변할 뿐, 언제 터뜨릴지를 기다리며 나태한 정책 시스템 주위를 맴돈다. 때가 되면 큰 사고로 휘몰아치고, 그 한가운데에 ‘부재’라는 키워드로 자리한다.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지난 한달 간의 사태. 이는 대한민국의 관문, 아시아의 허브라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벌어졌다.
유행의 시작은 지난달 새해 벽두 발생한 수하물 대란 부터였다. 개항 이래 최고인 17만 승객이 몰렸다지만 승객들의 짐을 처리 못해 무려 120편의 항공 일정이 엉망이 됐다. 어떤 비행기에는 아예 짐을 싣지도 못하고 운항을 하기도 했다. 예견된 일이었다는 후진적 수하물 사태는 시작에 불과 했다.
몇 주 뒤 30대 중국인 부부 밀입국을 어이없게 허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이때 바로 ‘부재’와 관련된 지적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인천공항에는 공항공사와 출입국을 관리하는 법무부 외에도 검찰, 경찰, 국정원, 외교부 등 무려 20여개 기관이 모여 있다. 하지만 이를 통솔할 ‘컨트롤타워’가 없었다. 공항공사 낙하산 사장도 정치판으로 떠나 한 달이 넘게 ‘부재’였다. 사고의 사전 방지는커녕, 사고가 터져도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공항 보안을 유지하고 있었단 말이다.
이같은 행태는 세월호 때도 그랬고, 메르스가 왔을 때도 그랬다. 정말이지 반갑지 않은 유행이다.
정부는 곧바로 재발 방지를 공언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주일 뒤 인천공항 보안망은 한 베트남인에게 또 다시 농락당한다.
바로 다음날엔 허술한 인천공항 보안 시스템과도 같은 조잡한 모형 폭발물이 공항 화장실에서 발견된다. ‘신이 처벌 한다’(경찰의 해석에 따르면)라는 경고의 메시지와 함께.
이들 모두가 붙잡혀 범행 동기는 밝혀지겠지만 그들의 악의적 의도와는 다르게 정부를 각성시켜 준 것만은 확실하다. 보이지 않게 곪아온 엉터리 공항 운영에 대한 단죄가 폭탄이 돼 터져 버리기 직전, 어쩌면 재정비할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무자격 정치꾼들이 판을 쳐 이렇게 망쳐놓은 인천공항공사의 사장 자리에 경험 많은 관료출신 새 사장이 취임했다. 개항 이후 가장 힘든 시기에 맡은 중책이지만 공항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명확해 졌다.
위기라는 기회가 던져진 만큼 부디 전임자들이 남긴 과오 말고 철통 보안과 세계인의 신뢰라는 새 유행을 만들기 바란다.
박관종 건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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