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이하 2터미널) 면세점 입찰에 대기업이 나설지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의 입찰을 제한해 왔던 항만 면세점이 처음으로 대기업에도 기회를 제공한데다 인천항 측이 제시한 입찰 예정가격(연간 임대료)이 업계의 예상보다 다소 높기 때문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해왔던 인천항 2터미널 면세점을 두고 최근 관세청과 인천항여객터미널관리센터가 새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문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입찰전이 열렸다. 관세청과 항만공사 등은 이번 인천항 2터미널 입찰부터 대기업의 제한을 풀어주는 등 입찰기업 제한과 선정방식을 대폭 변경했다.
인천항은 대기업이 충분히 탐낼만한 사업성을 가진 입지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서울과 가까운데다 중국을 오가는 여객 항로가 10개에 달해 중국인 관광객을 노린 면세점 사업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여기에 인천항 측이 제시한 2터미널 면세점 입찰 예정가격(24억5818만3000원)은 중소·중견기업이 입찰에 참여하기에는 다소 높아 대기업간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한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입찰 예정가격은 곧 최소 입찰가나 다름없는데 사실상 중소·중견기업은 참여하지 말란 이야기나 다름없다"며 "대기업에 문호를 열어주면서도 임대료를 일방적으로 높게 책정하면 당연히 대기업이 뛰어들어 낙찰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1터미널과의 규모와 여객 수 등을 비교해도 이번 입찰 예정가격은 너무 높다는 평가다. 인천항에 따르면 현재 6개 항로가 운항 중인 1터미널의 경우 2014년 면세점 입찰 당시 엔타스듀티프리가 낙찰받은 임대료는 24억100만원이다.
반면 4개 항로만이 운항 중인 2터미널은 여객 수에서도 1터미널의 7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터미널의 국제 여객수는 48만1668명인 반면 2터미널은 3분의 2 수준인 33만1735명에 불과했다. 메르스 발생 전인 2014년에는 2터미널 여객 수(35만여명)가 1터미널(61만여명)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인천항 측은 "항만 면세점 최초로 최고가 입찰방식과 사업계획서 평가를 50대 50으로 반영해 선정하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쩐의 전쟁'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면세점 사업을 펼치고 있는 대기업들은 처음으로 항만 면세점에 문호가 열림에 따라 뒤늦게 수익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업계는 공항 등 추가 면세점 출점을 검토 중인 한화갤러리아 등 신규 사업자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아직 인천항 면세점 입찰에 관해 검토한 바 없지만 추후 사업성 등을 검토한 후에 결정할 방침이다.
반면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는 중소·중견기업의 반발을 고려해 입찰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에서 영업 중인 엔타스듀티프리 인천항만점의 모습. 업계는 인천항 측이 이번 2터미널 면세점 운영사업자 입찰 예정가격(연간 임대료)을 1터미널보다 높은 24억5800여만원으로 제시함에 따라 이번 입찰전에 대기업이 뛰어들지 여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제공=엔타스듀티프리)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