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한국서도 위기…지난달 판매량 급감

프로모션 약발 안 먹혀…점유율 최근 4년새 최저 수준

입력 : 2016-02-10 오전 11:45:27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디젤 게이트 파문에도 변함없는 판매 실적을 이어가며 폭스바겐에 무풍지대로 작용하던 국내 시장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브랜드 신뢰도 하락에도 불구, 파격 프로모션으로 이어가던 판매량과 점유율이 새해 첫 달 큰폭으로 떨어졌다.
 
10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폭스바겐코리아의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10.23%를 기록했다. 디젤 파문 직후인 지난해 10월을 제외하면 2011년 12월(9.2%)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1월 기록했던 점유율의 2/3 수준까지 떨어진 수치다. 당시 폭스바겐은 15.07%의 점유율을 기록, BMW(15.09%)를 턱밑까지 추격하기도 했다. 판매량 역시 같은기간 44.7% 줄며 업계 평균 감소율 18.5%의 2배가 넘는 하락폭을 보였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10월 국내 시장에서 디젤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태 직격탄을 맞으며 월 평균 3000대에 이르던 판매량이 947대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다음달 곧바로 높은 할인율과 무이자 장기 할부 등의 파격 프로모션을 통해 판매량을 4517대로 끌어올리며 회복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연말까지 기세를 몰아가며 연간 판매 기록(3만5778대)까지 경신했다.
 
같은 기간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과 홈그라운드인 유럽 시장에서 업계 평균을 크게 하회하는 성장을 기록한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때문에 한국시장은 '가격만 싸면 잘 팔린다' 또는 '디젤 게이트 무풍지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해 벽두부터 폭스바겐 판매 감소율이 유독 급락한 것은 그동안 디젤 사태에 대한 적극적 대응없이 프로모션으로 끌어 모으던 수요가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풀이된다. 20%대에 달하는 할인율과 60개월 무이자 혜택이라는 전무후무한 프로모션으로 단기적 판매량은 회복에 성공했지만 브랜드 신뢰도를 회복하지 않는 이상 장기적 동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달 환경부가 리콜 명령 이행 불성실을 이유로 요하네스 타머 사장과 한국법인에 이어 본사 임원을 추가로 고발한데다 한 문장짜리 결함발생 원인을 담은 리콜계획서에 드러난 안일한 태도에 소비자 반감이 커질 대로 커진 상태다.
 
국내에서 독일 브랜드 차량를 판매중인 한 딜러는 "국내 시장에서 벤츠가 큰 프로모션 없이도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해당 브랜드의 품질 신뢰도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 파워"라며 "폭스바겐이 초고가 브랜드도 아니고 가격이 싼 상품을 마다할 소비자는 없지만 아직까지 수입차 고객들이 추구하는 첫 번째 가치는 가격보다는 프리미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딜러들 마진율도 제대로 보장되지 못한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판매량 회복에 성공했을지는 몰라도 소비자들에게 폭스바겐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있는데다 계속 손해를 보며 팔순 없는 만큼 최근 분위기는 분명 폭스바겐에게 위기로 작용할 것"라고 말했다.
 
독일 볼스부르크에 위치한 폭스바겐 공장에 설치된 대형 로고 간판 주변에 구름이 드리워진 모습. 사진/AP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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