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달 4차 핵실험에 이어 7일 장거리 로켓 발사마저 강행한 북한에 소위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측 기업들의 피해 등 우리가 감내해야 할 경제적 대가도 만만치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야권은 실효성 없는 ‘자해적 조치’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정부의 폐쇄 결정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성명서를 통해 “그동안 우리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삶에 도움을 주고, 북한 경제에 단초를 제공하며, 남북한이 공동 발전할 수 있도록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극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그러나 그러한 지원과 정부의 노력은 결국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고도화에 악용된 결과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 장관은 “정부는 더 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우리 기업의 '희생'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오히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기업의 피해 자체가 어떤 방법으로도 치유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면서 “정부 결정에 재고를 요청한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이날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홍 장관과 면담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업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없이 마치 군사작전처럼 통보받아 원망스럽다”며 “이번 정부 조치가 얼마나 합당한 처사인지 납득도 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입주 기업 피해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정 회장은 “지난 2013년 개성공단 재가동 합의 당시 '정치적 영향에 관계없이 (공단의)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한다'고 했다”며 “정부의 이번 조치는 당시 합의안을 무시한 일방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정부 조치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은 지난 2010년 5·24 조치로 남한 의존적 경제 틀에서 벗어났으며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으로 역할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라며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는 쪽은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들이며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만 떨어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김근식 통일위원장은 “개성공단 폐쇄는 북의 손실보다 우리 측 입주 기업의 피해가 훨씬 크다”면서 “북은 개성공단 인력을 더 높은 임금으로 중국에 송출함으로써 경제적 손실을 우회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북을 아프게 하기보다 우리 기업의 손실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자해적 화풀이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각계의 우려에 통일부는 “정부의 결정으로 기업인을 비롯해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유관기관 합동으로 범정부 지원단을 구성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국무조정실장 주관 정부합동대책반 운영 ▲경협보험금, 협력기금 특별대출 등 재정지원 검토 ▲피해지원센터를 운영해 기업-정부간 소통채널 마련 등을 제시하며 추가 지원책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대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심하는 눈초리가 많다. 실제 지난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개성공단이 약 6개월간 중단됐을 때 입주 기업들이 입은 피해는 약 7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됐지만 정부 보상금은 불과 11억원만 지급됐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개성공단에서 남측으로 내려오는 차량이 지난달 11일 오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