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검사외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영화적 완성도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1800곳을 넘는 상영관을 받아 스크린점유율이 30%가 넘는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 더 거세다. 박스오피스 2위인 '쿵푸팬더3'는 '검사외전'의 절반에 그친 상영관을 받고 있다.
영화관들이 '검사외전'을 유독 '편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논란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통계는 '좌석점유율'이다. 좌석점유율은 배정된 좌석에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들어오는지를 알아보는 통계치다.
'검사외전'은 개봉일인 3일 약 130만 좌석 중 39.9%(52만명)를 기록했고, 다음날 4일에는 약 142만 좌석중 32.8%(60만명)를 기록했다. '쿵푸팬더3'는 4일 64만여 좌석 중 9.6%(6만명)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했다. '검사외전'과 '쿵푸팬더3'의 좌석수는 2배 정도 차이가 나지만 관객수는 10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관객수를 늘려 수익을 얻어야 하는 영화관 입장에서 어떤 영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는 이날 수치만 봐도 쉽게 답이 나온다.
5일 좌석점유율 40%(60만명)를 넘긴 '검사외전'은 이후 낮게는 47%, 많게는 66.8%까지 좌석점유율을 기록했다. '검사외전'은 4일부터 좌석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검사외전'의 반 정도의 좌석수를 받은 영화보다도 높은 좌석점유율을 보이는 중이다.
사전 관객수를 알아보는 사전 예매율을 살펴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사전 예매율은 영화의 관심도를 측정하기에 적합한 수치다. '검사외전'은 예매율이 47.4%를 기록 중이며, 2위인 '쿵푸팬더'는 10.4%다. 관심에 있어서도 '검사외전'이 다른 영화들에 비해 경쟁력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검사외전' 포스터. 사진/쇼박스
이렇듯 '검사외전'이 많은 관객수를 동원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배우 황정민과 강동원의 출연이 있다. 여성 관객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통해 높은 티켓파워를 보인 강동원과 삼연타석 히트를 칠 정도로 출연 영화마다 호평을 받은 황정민에 대한 신뢰도는 '검사외전'의 가장 강력한 경쟁 요소다. 이들뿐 아니라 박성웅, 이성민, 김원해 등 관객들로부터 신뢰받는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다.
애니메이션 장르인 '쿵푸팬더3'가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주요 타켓층인데 반해 '검사외전'은 남녀노소 누구나가 쉽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다. 타겟층의 범위에서도 '검사외전'이 더 유리하다. '검사외전'은 관객의 취향에 따라 재미에 차이를 느낄 수는 있으나, 오락영화의 장점은 충분히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1월 중순부터 맹위를 떨치던 동장군이 설 연휴에 다가오면서 비교적 따뜻하게 바뀐 것도 '검사외전'이 높은 관객수를 얻을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다.
아울러 '검사외전'에 버금가는 강력한 한국영화가 없다는 것도 가파른 흥행의 이유다. '검사외전'보다 2주 빨리 개봉한 '오빠 생각'(1월 21일 개봉)이나 1주 전 개봉한 '로봇, 소리'(1월 27일 개봉) 역시 개봉 첫 주에는 약 1000곳 정도의 상영관을 받았다.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는 '검사외전'만큼 경쟁력을 보이지 못했다.
과거 '광해: 왕이된 남자'의 경우처럼 개봉 후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도 상영관 300곳 이상을 받은 것과 달리, '검사외전'은 이제 개봉한 지 겨우 9일 된 따끈따끈한 영화다. 게다가 '검사외전'의 배급사인 쇼박스는 멀티플렉스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몰아주기를 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결국 현재의 상영관 수는 흥행 가능성을 기준으로 각 영화관의 결정이 모아져서 나온 수치인 셈이다.
물론 '검사외전'처럼 한 영화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는 점은 한국 영화계가 극복해야할 숙제다. '극장 상한선 제한'이나 '예술영화관 쿼터제' 등으로 영화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은 분명히 필요하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